최근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두바이(Dubai)유도 8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 상승하는 것은 원유수급의 불균형, 달러화 약세,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등에 기인한다.

우선 세계원유시장 수급의 불균형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고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석유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산유국들의 석유정제시설 노후화 등으로 공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의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상승의 한 원인이다. 유럽 등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은 산유국들은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실질수입이 줄어들고 이러한 구매력 저하를 보상하기 위해 원유수출의 달러표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조치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더욱 떨어지자 국제투기자금이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에서 벗어나 원유 등 원자재 선물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란, 이라크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국제유가가 오르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경제 각 부문에 비용상승을 유발하여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실질소득을 감소시킨다. 또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과거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였던 경험이 있다.

최근의 고유가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은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 에너지 효율성 제고 등의 노력과 함께 에너지 절약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전현우 한국은행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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