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미국경제가 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택시장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감소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반면 유가상승, 달러화 약세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를 미국경제의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스테그플레이션이(stagnation)란 스테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상승)의 합성어로 경기불황기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경기가 상승하면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확대하고 소비자도 소비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물가는 상승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원자재 및 인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감퇴하고 소비자들의 수요도 줄어들어 물가는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수준 자체가 하락한다.

따라서 경기침체와 동시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크플레이션 상황은 이례적인 것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에 나타났다. 당시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하자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근로자들은 임금상승을 요구하고 기업이 이를 수용하자 수익성 악화로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졌었다.

당시 미국의 정책당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였으나 이로 인해 오히려 물가는 더욱 오르고 임금인상 요구는 더 강해지는 '물가상승-임금인상-성장저하'의 악순환을 경험하였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내수도 개선되고 있어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고유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유념해야 하겠다.

전현우 한국은행 기획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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