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쿤스(Koons)라는 예술가의 팝아트 작품이 전시돼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20세기 들어 2차 세계대전의 경제적 반사이익을 챙겼던 미국에서는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후 추상표현주의라는 미술운동이 펼쳐지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예술의 주도권이 유럽으로부터 넘어오게 된 이후 팝아트는 추상표현주의의 애매하고 주관적인 표현양식에 반기를 들고 대중적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사용하며 미국을 20세기 이후 예술 강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

당시 팝아트는 기계문명을 바탕으로 도시환경 속에서 예술을 창조하려는 방향으로 모색돼 예술은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미학중심의 시대가 아닌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시대로 방향을 바꾸었던 혁신적인 미술운동이 됐다. 이후 팝아트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예술로 끌어들이면서 세계인들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생활 속에 들어온 예술은 변화가 거듭되면서 손으로 그리지 않는 그림도 예술이 될 수 있고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장(場)이 되는 설치미술이 돼 대중과 소통하길 원하는 현대미술의 세계에 이르게 됐다.

이제 예술은 미술관 안에서만 아니라 미술관 밖의 우리의 삶에서 함께 하길 기꺼이 자청하며 대중이 있는 곳에 찾아가는 시대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런 예술에서의 움직임이 현대 한국 미술계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예가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이다. 모두 시 주최의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특히 부산비엔날레는 이 기간에 부산국제영화제, 자갈치축제, 불꽃축제 등의 여러 행사가 다채롭게 개최되고 있어 소위 브랜드 부산에 대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울산에서도 최근 시, 구, 군 및 각종 단체 주최의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다. 태화강거리문화축제, 처용문화제, 처용문화제의 부대행사인 월드뮤직페스티벌, 산업문화축제, 울주외고산옹기축제, 게다가 한 신문사 주최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도 있었다. 이런 미술제가 울산에서 있다는 것은 세계 속의 울산을 지향하는 도시발전의 측면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출품작 중에 맑은 태화강을 선물로 준다는 의미의 작품이 있었다. 작품이 주는 의미로만 말하자면 어디 기적같이 맑아진 태화강을 일궈낸 사람들에게만 주는 선물이겠는가? 울산의 대표적 상징물인 공업탑 비문에 씌어진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이곳 울산을 신(新)공업도시로 건설'하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낸 모두에게 그리고 건설 후 지금까지 유지 발전시키는데 공헌하고 있는 모두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져야 할 선물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산업도시 나아가 생태환경도시로 거듭 태어나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려는 울산의 시민 모두에게 주어질 선물이 계속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또 울산의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울산의 현재와 내일을 내국인과 세계인이 함께 소통하며 나누려면 도시 전체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보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울산만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 설치미술제와 같은 것을 모색해 볼 필요도 있다. 여기에 월드뮤직페스티벌, 울주외고산옹기축제와 같이 울산만의 장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행사가 함께 기획되고 마케팅된다면 울산은 문화적으로도 더 성숙하고 더 균형 잡힌 도시가 될 것이다.

즉 일개 신문사 주최의 설치미술제도 좋지만 광주와 부산 그리고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와 같은 시 주최의 예술행사, 이왕이면 산업도시 울산, 고래가 있는 울산, 흙과 함께 사람살이에 적합한 울산을 모티브로 하는 설치미술제가 필요하다.

특히 재정적인 면에서 어느 한 기업이 하는 것보다 시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협력해서 하는 그런 설치미술제를 통해 울산이라는 예술의 장에 어느 누구라도 와서 함께 소통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예술(기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의술(醫術)을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서 인생이 짧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현재 울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예술과 울산의 관계성을 두고 고민하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짧은 인생을 소유한 우리가 산업도시 울산의 기술발전이 오래도록 유지돼 후손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할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황연순 춘해보건대학 피부미용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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