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찾는 방문객들은 태화강의 달라진 모습을 깨끗해진 강물과 잘 보전된 십리대숲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도심 속 하천변에 길게 늘어선 대숲의 풍광을 통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는 태화강의 오늘을 생생하게 보게 되며 여느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태화강만의 독특한 하천경관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오산십리대숲은 외지인들의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도 하지만 우리 울산시민들에게는 더 큰 정서적 위안과 즐거움을 준다. 대숲을 걸으며 휴식과 건강을 얻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나날이 늘어 나는 것을 볼 때 오산십리대숲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는 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강한 번식력을 지니고 있어 영생과 불변을 의미한다고 한다. 곧게 뻗은 대나무의 모습을 고려 초의 학자 최승로는 엄정과 강직으로써 임금을 보필하는 군자로, 조선시대 서거정은 지조와 절개를 겸비한 선비의 상징으로 표현했다.

사실 태화강에는 오산십리대숲 말고도 아름다운 대숲이 몇 군데 더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이 구영리 점촌교에서 선바위 사이에 있는 폭 20~50곒, 길이 약 1000곒의 구영리 대숲과 망성교 우안에 폭 10~15곒, 길이 약 500곒의 입암리 대숲이 그 것이다. 이 대숲들은 1940년대 광복을 전후로, 대나무 생산, 홍수때 제방보호, 하천연안의 가옥과 전답의 보호를 위한 수해방비림으로 관청의 토목기술자들이 주도해 심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선바위 인근의 대숲들은 비록 규모에 있어 오산십리 대숲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 곳만의 또 다른 정취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구영리의 대숲은 태화강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선바위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곳의 대숲들은 현재 인근 주민들의 텃밭 경작으로 인한 훼손과 우량목 및 열세목의 밀생으로 단위면적당 생육본수가 대단히 과밀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지치기, 간벌, 시비 등을 통한 적정본수의 우량목 유지를 위한 관리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필자의 소견으로 이 두 곳의 대숲도 보전하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친수활동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울산시가 내년에 공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으로 있는 입암공원조성계획에 포함시켜 선바위 대숲생태공원을 조성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토론과 여론수렴이 있어야겠지만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선바위 대숲생태공원 조성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선바위 대숲생태공원은 십리대숲에 비해 면적이 적고 주변환경도 다르므로 십리대숲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모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시설유치는 지양하고 꼭 필요한 편의시설만을 도입하되 선바위 대숲생태공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연성과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바위, 입암정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선바위는 기암절벽과 백룡담의 푸른 물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며 예로부터 경향각지의 시인묵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주옥같은 시들을 남긴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을 살려 선바위 대숲공원을 살아있는 노천문학공원으로 조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선바위 대숲생태공원은 관 주도로 단기간에 조성하기보다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다수 공원조성사업은 새로운 시설도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도리어 현재의 자연환경을 훼손시키고 태화강에 스며있는 우리의 아련한 추억마저도 잃게 한다.

선바위 대숲만이라도 원주민들의 기억과 경험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21세기형 공원 만들기가 아니라 태화강의 옛모습 찾기의 선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바위와 대숲은 울산시에 의해 함께 울산 12경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끊을 수 없는 죽암지우의 연을 맺었다. 앞으로 이들이 전해주는 대나무의 바람소리와 선바위의 물그림자, 그리고 우리들의 시가 어우러짐으로써 선바위 대숲생태공원이 우리 울산시민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또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수식 울산과학대 교수·태화강보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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