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대표하는 다양한 상징물이 있지만 반구대암각화 만큼 다양하고 풍부하게 활용되는 상징물은 적을 것이다. 온갖 건축물과 공예품, 문화상품은 물론 공연예술에 이르기까지 반구대암각화가 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반구대암각화만의 독특성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바위그림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원시예술이다. 그렇지만 각종 해상과 육상의 동식물, 다양한 기하학무늬와 인물, 생활상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제재가 하나의 바위 면에 표현된 암각화는 반구대암각화뿐이다. 그리고 뛰어난 사실성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 원시 생활상, 게다가 인근의 천전리에도 같은 종류의 원시 암각화와 신라시대의 각석, 쥬라기시대의 공룡발자국 등이 함께 있으니 그 역사적 중요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반구대암각화가 제대로 된 문화재로서의 대접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1971년에 처음 발견되고서도 1982년에야 경상남도 지방문화재(기념물 57호)로 지정되었고, 국보로 승격된 것은 1995년에 이르러서였으니 말이다.

반구대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은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수려한 경치로 유명하여 백련구곡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 신라시대 왕족이나 귀족, 승려들이 다녀가면서 각석을 남겼고, 포은 정몽주, 회재 이언적, 한강 정구 등 고려와 조선시대의 유명한 유학자들도 이곳을 찾아 경관을 즐기고 문풍을 진작시키기도 했다. 그 흔적들이 반계서원과 집청정, 바위면의 각서 등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울산시민은 정말로 복받은 시민이다. 그만큼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여 후세에게 물려줄 책무도 크다.

울산시도 반구대 가꾸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반구대암각화에서 천천리각석에 이르는 원시문화 산책로 조성, 진입로 및 주차장 정비, 암각화전시관 건립 등이 대표적인 결실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고유한 자원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암각화전시관은 건립부지의 타당성, 건축물의 디자인 등의 문제로 많은 논쟁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개관까지 힘든 과정을 겪어 왔지만, 국내 유일의 암각화 전문 전시관으로서 울산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되었다. 또 대곡댐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전시하기 위한 대곡댐전시관도 현재 건립 중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시설들이 갖추어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거기에 따라 새로운 문제점도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암각화전시관의 개관이후에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주차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주차장부지는 더 이상 확대할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새로운 주차장의 건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앞으로 개관할 대곡댐전시관의 접근성이다. 현재 대곡댐전시관에 이르는 길은 삼정리에서 들어가는 길과 천전리에서 들어가는 길 두 가지가 있다. 삼정리길은 대곡댐건설에 따라 새로 난 길이지만, 거리가 멀고 곡각과 경사가 심하다. 반면에 천전리 길은 거리가 짧고, 언양방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길이 좁아 교행이 어렵다. 그러므로 천전리방면에서 구양천을 따라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도로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울산 최고의 자랑거리인 반구대와 대곡천의 위상에 비해 들머리의 행색이 너무 초라하다. 그래서 천전리 진티마을 부근에 대형주차장과 돌조각공원, 광장 같은 것을 조성하고, 여기서부터 대곡댐전시관과 암각화전시관에 이르는 멋진 단풍길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국도 35호선과 경부고속도로, 고속철도 등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울산의 자랑거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될뿐더러 광장이나 예술공원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울산에도 점차 가을색이 짙어간다. 이 좋은 가을에 하루쯤의 시간을 내어 반구대암각화에서 천전리각석에 이르는 원시문화 산책로 걸어보고, 암각화전시관에도 들러 보자. 늘 보는 울산과는 너무나 다른 감추어진 울산의 또 다른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재현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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