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언어, Language)이란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태어난 것과 동시에 생겨난 것은 아니며, 아마도 그 전 단계로써 우선 감정을 나타내는 외침부터 시작해 점점 체계화된 말로 발전했고, 동시에 오늘날과 같은 수천 개의 다른 언어로 발전했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말이 모두 같다면 얼마나 편리하고 좋았을까? 지금 우리가 영어를 배우느라 막대한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었으며, 세계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지난 시론에서 국제어로서 영어의 위상과 더불어 모국어인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필자는 강조한 바 있다.나아가 효율적인 영어 교육은 개인의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이므로 세계화 속에서 낙오되지 않고 당당히 맞서 나가기 위해서 올바른 영어 교육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과연 올바른 영어교육 또는 영어 학습 방법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까지 기러기 아빠 또는 날지 못하는 팽귄 아빠라는 애칭을 감수하면서도 자녀들의 교육, 특히 영어교육을 위한 희생이 매년 5% 이상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영어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특히 지금도 영어교육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영어전공자(교수)보다 오히려 국내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토종 전문직 영어강사들이 더 많다. 또한 최근의 수도권 지역에서 개교 준비 중인 몇몇 국제중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보면, 그래도 국내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영어를 배우는데, 왕도는 따로 없다" "로마로 가는 길은 한 길이 아니다" "흑묘백묘(黑猫 白猫)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 등의 말들이 효율적인 영어교육의 원칙(principle)으로서 재해석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영어를 배우기 위해 (조기)유학을 갈 입장이면 가고, 국제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면 진학하면 되며, 다른 일반 공립학교에 진학해야 될 입장이라면 진학해, 각각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택해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국어 습득(acquisition)과 외국어 학습(learning)은 서로 다른 단계의 언어 형성 과정을 필요로 한다. 습득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 인간의 타고난 언어능력의 자연스런 성장(growing)의 결과이며 이는 주로 어린이의 모국어 습득으로 설명된다. 또한 학습이란 사춘기 전후에 형성된 추리력, 분석력, 이해력 등의 의식적인 과정을 말하며, 이러한 의식적인 노력인 학습의 결과 제2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습득단계와 학습단계의 언어교육 방법은 구별돼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성 원리의 관점(economy principle)에서, 서로 다른 두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언어의 보편적인(universal) 문법요소들은 개별문법에서 별도로 학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즉 한국어 화자인 우리들의 머릿속에 이미 내재된 한국어 문법을 활용한 영어 학습 방법이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우리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인 것이다. 곁들여 한 가지 더 언급한다면, 언어의 습득과정 역시 이러한 보편적인 문법 요소를 습득함과 동시에 모국어의 사전인 어휘목록도 함께 습득해야 되는 과정이므로, 영어 학습에 있어서도, 단어공부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특히 어휘의 내적 구성과 관련해, 한국어는 음절(syllable) 중심 언어이므로 문장 내 단어를 구성하는 음절들의 소리 강도가 거의 비슷하지만, 영어는 강세(Stress) 중심 언어로 음절들의 소리강도가 상대적이므로 전체적으로는 리듬(rhythm)을 형성한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어 학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가지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어민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는 인생 성공의 필수 엔진이며, 용기 있는 자만이 인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국 영산대 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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