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의 사회적 책무
행복 나눔 실천 모범을

▲ 김종을 국제로타리 3720지구 총재·환경학 박사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회장은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고 지론을 밝히며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하여 귀감이 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용어는 19세기 초 프랑스 작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면서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지배계급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로마 제국을 지탱해준 힘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던 원동력 등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또한 1,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왕족과 귀족들의 사례 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힘의 원천을 카네기, 록펠러, 빌 게이츠 등으로 대표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원칙에 입각한 ‘기부 문화’에서 찾는 사람도 많다.

역사 이래로 민심을 얻지 못한 지배계급이 다스리는 사회, 지배계급이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사회는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역사가 오래 갔던 나라는 지배계급의 원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관철됐던 사회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집안이 경주 최 부자다. 약 300년동안 이 집안이 오랫동안 부와 명예를 지키며 남들로부터 칭송을 받아온 연유는 바로 집안을 다스리는 제가(齊家)의 가훈 ‘육훈(六訓)(첫째,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둘째,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만 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셋째,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넷째, 과객(過客)은 후히 대접하라. 다섯째, 며느리들은 사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으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사회사업과 독립운동에 큰 돈을 보태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칭송받는 만석지기 최 부자 가문은 1947년, 대부분의 재산을 영남대 설립에 기부해 부자 가문의 막을 내렸다. 후손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구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의 솔선수범’과 ‘부의 사회적 환원’으로 나타난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솔선수범은 바로 ‘자기 한 몸 챙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로마는 포에니 전쟁 16년 동안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의 전사자 수만해도 13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배계급의 ‘사회적 책무’를 의미한다. 권한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그렇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떤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책무는 윤리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그 윤리를 지킴으로써 그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생겨나게 된다.

만약에 당초 어떤 댓가를 바라고 시작한다면 그 것은 윤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윤리는 함께 지켜야 할 규칙임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에 내면화 한 규범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배계급의 용기와 솔선수범’에서 출발해, 현재는 ‘지배 계급(상류층)의 사회적 책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없는 사회는 결국 미래에 대한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필자가 총재로 있는 국제로타리 3720지구의 08~09회기 지구대회가 4월19일 울산에서 열렸다. 울산과 양산, 마산, 창원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4500여명의 로타리안들이 모여 이 시대를 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결속된 힘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꿈을 현실로’라는 표어 아래 로타리안들은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저개발 국가에 식수 공급을 위해,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 사회적 소외계층들을 보호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로타리안들은 시간과 노력, 사랑을 나누고 실천해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 우리의 할머니들은 밥을 할 때 쌀을 한 숟갈 씩 덜어내어 단지에 담아두었다가, 적절한 때에 불우한 이들을 위해 나누어 주었다. 내가 누리는 작은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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