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 학기는 2학기, 3학기와 4학기로 나누는 3가지 제도가 있다. 필자가 파견 온 대학은 9월3일 첫 학기인 가을학기가 개강해 12월 중순에 끝나고 짧은 겨울 휴가기간이 있었다. 봄학기는 새해 1월21일 개강해 5월5일 종강하고, 기말시험을 치르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봄학기가 개설되었건만 섭씨 영하 10도 정도의 차가운 날씨가 열흘 이상 계속되어 ‘봄’학기 이름이 무색할 정도이다.
당초 설날쯤 귀국했다가 뉴욕으로 되돌아오기로 한 계획을 이곳 학기제도와 대선 투표를 위해 바꾸기로 했다. 미국으로 와서 귀국하는 반년짜리 국내여행기 왕복표를 1년으로 연장하고, 뉴욕의 교포가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미국항공기 표를 구입했다. 국제화 시대에 따라보는 의미도 있었지만 부산으로 갈 수 있고 요금이 싸기도 했다.
뉴욕 JFK공항을 출발한 동경 나리타공항 경유 홍콩행 비행기의 일반석에는 동양인들로 가득 찼다. 내 옆 좌석에는 중국인과 필리핀인 승객이었다. 올 때는 인도네시아인과 베트남인이 탔다. 긴 여정 끝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면서 잘 안내된 환승 코스를 거쳐 아시아 각국으로 비행기를 바꾸어 타는 무리에 나도 끼었다. 한국행도 서울과 부산으로 나뉘었다. 물론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비행기도 비슷한 시간에 동경에 도착했다. 동경 나리타공항이 국제적인 허브공항과 그 비행사가 세계적인 항공노선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대규모 사회자본시설인 우리 인천공항이 동북아 중심국가의 허브공항이 되기를 바래보았고, 또 곧 전개될 고속철도 시대의 중요성도 되새겨졌다.
김해공항에 내려 쉽게 울산에 도착했다. 재직하고 있는 울산대의 학부 종강모임에도 겨우 낄 수 있었고, 대통령선거 전날 뉴스와 개표 과정도 국내에서 지켜보았다. 새해 첫날에는 고향 친구들과 가지산에서 있은 새해 해맞이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반갑게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이 추가로 설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새해 초 방송뉴스에서 금년에 개통되는 서울~~대전 고속철도 시대의 전개로 나리타 허브공항 역할의 예처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시대를 보여주는 화면을 뿌듯하게 보면서 이제야 고속철도가 먼 미래의 일아 아님을 울산시민들이 느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고속철도 울산역 유치를 위한 불씨를 살리려고 활동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뒤 울산본역 대신에 지선 운행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결코 안심할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5년전 IMF사태와 함께 출범한 김대중정부가 막대한 재정문제로 서울~~대구간을 2004년까지 우선 개통시키고 대구~부산간은 전철화하면서 경주노선은 2006년부터 건설한다는 2단계 건설 수정안 발표가 생각났다. 경주선을 내심으로 제외한다는 말도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이원식 경주시장은 당적을 여당으로 옮기면서까지 경주노선을 관철하고 또 착공시기도 2년 앞당긴 일이 생각난다. 울산의 국회의원, 단체장, 시의원 등 모두가 새로이 출범할 노무현정부와 소속 정당이 다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바라건대 울산시의회를 중심으로 모든 정파와 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적 기구를 결성해 울산역이 확정될 때까지 광역시 승격 때처럼 온 시민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다시 먼 뉴욕으로 되돌아온 필자로서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지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유치 인터넷 추진위원회에서 개설한 "10만 온라인(홈페이지 www.kimjisan.com) 서명"운동이 학생들과 인터넷세대를 중심으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어 고속철 울산역 유치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