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뉴욕에는 연중 많은 축제가 열린다. 뉴욕의 축제는 주로 거리나 공원에서 개최되며 민족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우리 교민들의 축제는 중국인들과 함께 치르는 음력 설날 행사와 가을의 추석맞이 잔치, 코리안 퍼레이드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1일 음력설에 한인들과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플러싱 일대에서는 40여개의 한인 단체가 참여한 퍼레이드가 있었다. 마침 올해가 미국 한인 이민 1백주년이 되는 해라 중국인들보다 먼저 행렬을 시작하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글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선두로 한 우리 한인 행렬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위도 잊은 채 지켜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지난해 가을에도 뉴욕의 곳곳에서 각종 축제가 벌어졌다. 2001년의 9·11테러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었다가 우리 교민들도 2년 만에 가을 행사를 개최하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작년 10월5~6일 주말과 휴일 이틀간 플러싱의 메도 코로나 공원에서 뉴욕한인청과협회가 주최한 "제20회 뉴욕한인 추석맞이 대잔치"는 날씨도 좋아 많은 사람이 운집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행사 첫날은 개회식에 이어 풍물놀이, 장수무대 노래큰잔치, 청소년 가요축제, 외국인 장기자랑, 뉴욕 주부가요제, 동포센터 건립기금모금 디너쇼가 개최되었다. 둘째 날에는 사물놀이, 미스 청과한복 선발대회, 국선도 시범, 연예인 초청공연, 복권추첨 등의 행사가 있었다.

 모국 농특산물 박람회는 이틀동안 열렸다. 경기·경북·전남의 28개 업체가 내놓은 약 100가지의 모국 농특산물 종합직판장을 둘러보고 안내원들이 권하는 나주 배, 상주 곶감, 경북 은단 찐쌀 등을 맛보기도 하였다. 한가위 모국 농특산물 박람회는 6회째인데, 언젠가 울산광역시나 울주군의 농산물도 전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고국의 맛을 싼값으로 구입하려는 동포들로 물건이 동이 날 정도였다. 연예인초청 공연에서는 국민가수 이미자씨 등 다수의 한국 연예인이 출현하였다.

 2주일 뒤인 10월19일에는 뉴욕한인회가 주최한 "제22회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가 미국의 9·11테러와 한국인 미국 이민 100주년을 상징하는 "역경을 딛고 함께 희망찬 미래로’라는 주제로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에서 열렸다. 브로드웨이 23가에서 42가에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브로드웨이를 달리던 차량을 경찰들이 통제하기 시작하고 경찰 기마대의 선도에 이어 대학생 풍물패가 한껏 흥을 고무시키는 가운데 여러 꽃차와 단체의 행진이 계속되었다. 행렬 사이사이에 태권도, 축구, 공연 시범이 잇달아 연도에 모인 우리 동포들과 외국인들이 박수로 갈채를 보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바로 이웃한 맨해튼 32가에 형성된 많은 한국인 상점과 식당 등이 있는 한인타운에서는 야외장터가 서고, 연예인 공연이 개최됐다. 맨해튼 거리 한 블록을 하루종일 막고 개설된 야외장터에는 행사를 즐기려 온 사람들로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장터 동편 무대에서 벌어진 공연에서는 부채춤, 장구춤, 학춤 등 우리 고전무용에 이어 연예인들의 노래 순서가 있었다. 지나가던 많은 외국인들이 발길을 멈추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수봉씨도 출연해 노래를 불렀으며 "맨해튼 한복판을 가로막고 행사를 하는 뉴욕 한인들의 위상이 자랑스럽다"며 무대를 내려갔다.

 뉴욕에서 이처럼 많은 교민들이 참석하는 가을 행사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광역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울산의 문화행사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특별한 기획과 준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해외 도시에서 이런 행사가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해마다 발전해 이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우리 교민들이 함께 만나 향수도 달래며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장이 되고, 또 미국내 한인사회가 더욱 뭉쳐 이민 1.5세대와 2세대들에게 우리 문화를 계승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울산대 교수·뉴욕포리테크닉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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