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천지뜸 - 산마루에 오르면 동서남북으로 사방 확 트여 울산이 한눈에

▲ 재먼당(천제산).
동구청 뒷산을 ‘재먼당’이라 부르는데, 산명(山名)으로서는 뭔가 핵심이 빠져버린 듯한 보통명사형의 이름이다. 1911년께 간행된 것으로 보이는 <조선지지자료> 울산군 동면의 화정동에는 ‘山城山’(산성산)과 ‘天祭山’(천제산)의 지명이 나타난다. 산성산은 고대 산성이 있는 산으로,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전하동에 편입되었다. 지금 화정산 또는 염포산 등으로 불리는 산명은 다 행정구역 내에 있는 산이라는 뜻이지, 본래 산명은 아니다. 염포산의 본래 이름은 ‘舊堂山’(구당산)이며 화정동에도 봉화대가 있는 산을 ‘봉화산’, 시리재가 있는 산을 ‘고래등산’ 등으로 부른다.

1929년 6월2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각 지방 기우(祈雨)- 동면 기우제’라는 제목 아래 “…지난 22일 오후 3시경에 화정리 천제봉(天祭峰)에서 수십 명이 회합하여 기우제를 지냈다더라”는 기사가 보인다. 동구청 뒷산인 재먼당 8부 능선에 체육시설이 있는 곳을 ‘천지뜸’이라 부르는데, 천제등(天祭嶝)이 변한 말 같아 보인다.

‘재먼당(산)’은 옛날 일산동 번덕 아이들이 소 먹이러 다니던 산이다. 이곳 산마루에 오르면 동서남북의 안계(眼界)가 시원하게 트이고, 쑥밭마을과 망바우(산)가 발 아래 펼쳐져 있었다. 물 건너에는 장생포, 용잠, 양죽마을, 태화강을 따라 울산의 시가지와 멀리 치술령, 가지산, 신불산, 문수산 등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

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환상적이다. 동구문화원이 펴낸 <어풍대> 3집에 게재했던 필자의 졸시 ‘내 고향 번덕마을’을 올려 본다.

‘내 고향 번덕마을은/ 골새 마다 고운 이름과/ 소록소록 전설이 서려있었지// 봄 보리밭/ 노고지리 높이 날면/ 안산 뻐꾸기도 시샘으로 울었다.//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던/ 대청천과 찬물나기/ 은빛 조가비 지천으로 숨을 쉬는/ 일산진 바닷가// 작은 고깃배들/ 만선으로 돌아오면/ 신이 나서 춤을 추던 대왕의 바다/ 사람들은 한없이/ 그 바다를 사랑하였다.// 아이들은 뒷산에 소몰이 가면/ 쇠뿔에다 소이까리를 감아놓고서/ 물 건너 장생포가 내려다보이는 곳/ 재먼당 산마루에서/ 망아지처럼 뛰어 놀았지.// 산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온통 붉게 물든 원색의 하늘/ 지금도 잊지 못할/ 환상의 그림이여!// 땅거미 산허리에 내려서면/ 그제사, 소를 찾는 아이들/ 사리 긴 산길 내달려오면/ 소는 일찌감치 내려와 쉬고 있었제.// 지금은 회색으로 덧칠된/ 내 고향의 풍속도여!/ 산과 들, 바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에.’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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