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택호와 별칭
이름 대신 ‘강동댁’‘구신네’ 등 택호·별칭 사용
이렇듯 길고 한적한 고갯길에는 잦은 사고도 잇달았다. 창졸간에 강도가 출현하기도 하여 여럿이 모여서 고갯길을 함께 넘어 다녔다. 울산의 지명 중에도 여러 곳에 도둑골, 또는 도덕골이라는 지명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으슥한 고갯길이나 음침한 골짜기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또 옛날에는 사람 이름보다는 택호 또는 별칭을 많이 사용했는데, 재미있는 별칭들이 많다. 청송댁, 강동댁 같은 택호가 있는가 하면, ○도감네, ○호방네, 거짓팔네, 욕자네, 두부자네, 못나무네, 구신네, 고래늘기 등도 사연이 있는 별칭들이다.
어느 날 모씨가 소를 팔기 위해 울산장에 갔는데, 소전거리의 야바위꾼에게 홀려서 날름날름 소 판돈을 모두 잃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올 길이 막막해진 모씨는 고민 끝에 소 한 마리 값을 벌 때까지 남 모르는 곳에 가서 머슴살이를 하기로 작정하고 그 길로 떠나 버렸는데, 사정을 모르는 집에서는 밤이 되어도 사람이 돌아오지 않자 장정들을 대리고 구당재를 넘어 울산장내를 샅샅이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무속(점바치)에게 점을 치기도 하고, 산골짜기, 저수지며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찾을 길이 없었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자 중구절인 음력 9월9일에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수 해째 제사를 지내오고 있었다. 여느 해처럼 제삿날을 맞아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온 것 같아 나가보니 제사를 지내고 있는 그 아버지가 아닌가. 모두 귀신이 온줄 알고 무서워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러한 소동이 있은 후, 이 소문은 온 동리에 퍼져나가고, 그 집안사람을 일러 귀신네(구신네)라는 별칭이 붙여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장세동 동구지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