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예술인 칭찬릴레이 - <2> 박제광 음악인

▲ 박제광 시노래패 울림 대표
긴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경상일보의 기획물 ‘울산 문화예술인 칭찬 릴레이’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민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어디라도 숨고 싶었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지켜봐 주시고 칭찬해 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쓸쓸한 길이 외롭지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칭찬은 그 어떤 묘약보다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와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 서로의 예술분야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됨으로써 울산문화가 다양하고 풍성하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칭찬이라는 것이 상대를 조금이나마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필자 역시 주변머리가 변변치 않아 그저 같은 분야에서 만나는 몇몇을 제외하면 특별히 지인이랄 수 없는 편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처음엔 누구를 칭찬해야할까에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필자가 속해 있는 시동인의 행사일로 몇 번 만나 얼굴을 익힌 박제광이라는 음악인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를 만나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전화기를 들었다. 그를 만나 울림의 노래가 만들어지는 그의 녹음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는 어느 선술집에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들었다. 중요한 이야기는 메모해야 겠다는 생각에 수첩을 준비했지만 몇 순배 돌아간 술로 인해 결국 빈 수첩만 들고 그와 헤어졌다.

처음 음악인 박제광을 머리에 떠올렸을 때 필자는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음악 역정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날의 대화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는 칭찬받아 마땅한 착한 일을 하고 있었다. 울림 홈페이지(//www.woolrim.com)에 있는 소개글을 통해 울림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울림은요?”

2002년에 결성된 ‘시 노래패 울림’은 싱어송 라이터이자 팀 리더인 박제광씨와 보컬 박경아씨가 활동중이며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창작동요팀 ‘노래하는 아이들 뚜버기’가 함께하고 있다. 2002년에 울림이 탄생했으니 햇수로 어언 8년이란 시간 동안, 시노래, 그것도 울산을 소재로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러왔던 것이다. 좋은 시에 날개를 달아 아름다운 울산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묵묵히 해 왔다는 것이다.

예술인들에게 창작의 고통 만큼 아픈 현실적 문제는 경제로 인한 고통일 것이다. 울림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이 처음 공연을 시작한 2002년 10월 이래 그 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 자유롭지 못하다고 소주잔을 비우며 그는 씁쓸하게 이야기 했다. 2002년 어느 날 “인구 백만이 넘는 도시에 거리공연 한 번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말과 함께 “울산은 문화 불모지”라는 힐난 섞인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거리공연이 울림의 효시가 되었고 숱한 난관 속에서도 울산을 노래하며 울산을 알리는 울산의 대표 노래패로 자리매김하며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울림은 찾아가는 공연을 이틀이 멀다할 만큼 계속 하고 있다. 울림의 노래를 귀 담아 듣는 곳이면 관객이 아무리 적어도 찾아간다고, 그것이 울림이 지향하는, 울림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이야기하며 울림의 첫 번째 정규앨범에 수록된 ‘호계역’이라는 시노래를 발표하면서 호계역에서 공연했던 지난 기억을 되뇌이며 급하게 술잔을 비웠다. 최종두 시인의 시에 그가 곡을 붙인 ‘호계역’은 정겨운 가사와 흥겨운 리듬으로 필자도 그림을 그리면서 곧잘 듣는 노래 중 한 곡이며 필자에게 ‘호계‘라는 지명을 각인시켜 준 노래이기도 하다. 이렇듯 노래는 듣는 이에게 그곳을 아름답게 기억하며 나아가 직접 찾아가 추억을 만들고픈 마력을 지니고 있다.

울림의 주옥같은 노래는 호계역 뿐 아니라 동백섬, 주전바닷가, 슬도, 소호리, 장생포 등 울산에 주소를 둔 이는 다 안다는 그곳을 새롭게, 가슴과 귀로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혹, 울림의 정기공연에 가거나 거리에서 울림의 노래를 듣는다면,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면 더없는 칭찬이 될 것이다. 울림을 이루는 한 축이 시와 노래라면 또 다른 한 축은 ‘노래하는 아이들 뚜버기’들이다. 울림은 뚜버기를 통해서 미래를 지향

▲ 이상열 화가
하고 있다. 그 지향점은 좋은 세상이다.

그는 지난해 뚜버기 정기공연을 마치고 공연 걸게그림을 25조각으로 잘라 아이들이 19조각을 가지고, 선생님이 6조각으로 나눠 각자의 가슴에 숨겨 놓았다 했다. 숨겨둔 조각을 10년 후에 만나 맞춰보자고 했다. 웃으면서 그는 ‘노후대책’이라고 했지만 뚜버기를 생각하는, 뚜버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노후 이후 사후에도 계속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울림이 가슴마다 큰 여운으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소설가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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