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오륜행실도 목판원판·용비어천가 효종본 등 명품 많아

▲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전경
우리는 예부터 판화를 사랑한 민족이라고 한다. 이른바 유·불·선 3교의 전파를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수많은 목판 작품을 남겼고 서민들을 위한 복제예술로 발전한 목판화도 민화판화로 발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그 고판화의 명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에 있는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판화 전문 박물관이며,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지정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국내 600여개 국·공립·사립·대학 등 등록 박물관 가운데 하나 밖에 없는 판화 전문 박물관으로서, 동양판화 강국들의 우수한 작품을 비교 연구할 수 있도록 총 3500여점의 소장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 중에는 한국 판화 700여점을 비롯해 중국 1500여점, 티벳·몽골 700여점, 일본 300여점, 인도·네팔 300여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목판 원판 2500여점, 인출 판화 700여권, 판화본 300여권으로 이뤄졌다.

주요 소장품으로 국내 유일의 조선시대 최고 목판이자 한국 대표 소장품인 ‘오륜행실도목판원판’, 최초의 한글 책 ‘용비어천가 효종본 1·2권’ 등을 꼽을 수 있다. ‘안심사판 제진언집’(151호),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152호), ‘용천사판 불설아미타경’(153호), ‘안심사판 옥추보경’(154호), ‘만연사판 중간진언집’(146호), ‘불정심다라니경’(147호), ‘예념미타도량참법’(148호) 등 강원도 지정문화재 7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대표 소장품으로는 ‘불정심다라니경’(성화 13년, 1477년판) 판본, ‘아미타내영도목판’(남송시대 목판 추정), ‘구구소한도목판’(중국의 대표적인 년화판) 등이 있고, 일본 대표 소장품인 ‘조엄 조선통신사행열도목판본’(1763년판)도 국내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티벳·몽골 대표 소장품으로 ‘석가모니불과16아라한도’ ‘지옥변상도 판본’도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오륜행실도 목판이 일제에 의해 화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지난 2006년 2월 발표된데다 MBC TV 느낌표 ‘위대한 문화유산’에 유물로 첫 방송이 나간 뒤 이 박물관은 민족 문화 수난사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석봉의 천자문 화로, 한글소설 유충렬전으로 만들어진 일본인 분첩들을 통해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조엄통신사행열도도 조상의 얼을 선양하는 산 교육의 효과를 높인다. 조엄 선생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가 활동하던 내용을 담은 행열도를 2008년에 국내 최초로 공개한 뒤 이 행열도는 고구마를 우리나라에 가져온 조엄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는데 활용되고 있다.

2008년 10월 9일 한글날에 공개된 용비어천가 효종본도 한글 교육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고, 디자인·미술·서지·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 콘텐츠를 소장하고 있는 아시아 판화 자료를 중심으로 창의교육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숲속 판화학교를 통한 전원 속 체험교육이 성과를 보이면서 지난 2005년에는 박물관 중에서 유일하게 문화관광부 사회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숲속 판화학교는 1일 프로그램이나 1박2일의 뮤지엄스테이활동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강생을 대거 배출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문화관광부 경력대상 인정기관으로 선정돼 학예사 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치악산 매봉과 감악산이 둘러싼 해발 550m에 위치한 수려한 자연환경과 6000여평의 넓은 대지 위에 펼쳐진 자연친화적인 이 박물관은 개관 이듬해인 2005년부터 4년 연속 박물관협회가 뽑은 우수 박물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박물관은 버스나 열차를 타고 원주에 도착한 뒤 신림 방면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신림면에서 내려 택시를 갈아타면 6000원 정도에 갈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단체관람을 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033)761·7885.

박철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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