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유의 나라라고 하지만 아무 것이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물질적인 것이 중요시되고 도덕 관념이 희박해짐에 따라 사회의 무질서가 팽배해질 수 있다. 온갖 무질서를 막아보려고 개인의 양심에 맡길 일상적인 일도 법을 만들고 벌금을 부과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뉴욕 시민들은 사소한 규정을 위반해도 200~~1000달러 전후의 각종 벌금 ‘티켓’을 받기가 일쑤이다.

 뉴욕에서는 불법주차 단속이 심하다. 뉴욕시는 지난해 주차위반 벌금을 대폭 올려 이에 따른 추가 수입을 15%나 늘렸다고 한다. 벌금 인상에다 앞으로 수개월동안 주차위반 단속요원 300명을 더 채용한다고 했다. 뉴욕시가 심각한 재정적자로 시달리고 있어 경찰, 소방관 그리고 교육공무원까지 감원하는데 오히려 단속요원은 늘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 주차요금으로 연간 6천900만달러를 더 거둬들일 것을 예상하고 있다. 추가로 늘어날 연봉 5만달러의 단속요원 300명이 1인당 연간 약 23만달러 티켓을 발급하는 셈이니 충분히 남는 장사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도시가 대부분 그렇지만 뉴욕에도 주택가 주위에 아름드리 나무가 많이 있다. 가을이면 단풍진 도시의 모습은 장관이다. 단풍도 한꺼번에 드는 것이 아니라 수종에 따라 시차를 두고 물들면서 낙엽도 오랫동안 떨어진다. 그런데 자기 집 마당과 보도에 떨어지는 낙엽은 집주인이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금 티켓이 발부된다. 다른 집 낙엽이 바람이 불어 자기 집으로 와도 치워야 한다.

 뉴욕의 겨울은 길고 눈도 자주 내린다. 많은 눈이 내려도 사람들의 통행이나 차의 운행에는 큰 애로를 못 느낀다. 도로의 눈은 시가 소금을 뿌리거나 제설차로 눈을 재빨리 치우며, 집이나 상점 앞 보도의 눈은 집주인이 사람 다닐 정도의 길을 내기 때문이다.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 티켓이 날라올 수 있다. 눈을 안 치워 사람이 지나가다 넘어져 다치면 바로 소송이 들어와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 차 위에 쌓인 눈을 안 치워 떨어진 눈덩이를 피하다 사고가 난 일이 있은 뒤 그럴 때도 적발될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쓰레기를 업소 밖에 내놓더라도 지정된 장소 밖은 물론 영업 마감 1시간 이전에 내놓을 경우에도 벌금이고, 쓰레기 분리수거 규정을 위반해도 벌금 티켓이 발부된다.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다고 티켓을 발급받은 10분 뒤에 그대로 있다고 또 티켓을 발부받은 사람도 있다. 주방 옆에 청소기구를 놓아두었다고, 상점 앞 주차미터 관리가 부실하다고, 집 앞 인도변 하수구에 많은 오물이 쌓였다고, 물건 진열대의 규정을 어겼다고, 트럭에서 물품을 싣고 내리는 시간이 20분을 넘어도 벌금 티켓이 날라 온다.

 심지어 업소 화장실에 "절수’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도 300달러 "벌금’을 낸 사람도 있다. 과속, 음주운전 등 그밖에도 많은 벌금이 부과된다.

 무질서를 막기 위한 벌금제도가 오히려 재정난을 겪는 시 수입을 보태는 제도가 되어버렸다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벌금은 아니지만 통과세나 통근세란 것도 있다. 강으로 둘러싸인 맨해튼을 자동차로 가려면 교량이나 터널 입구에서 종전에는 "도심진입세’ 명목의 요금을 내어야 했었다. 물론 나올 때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었었다. 그러나 요즘은 "교량(터널)통과세’ 명목으로 들어갈 때나 나올 때 모두 요금을 지불하는 곳이 많으며 맨해튼 외 교량에도 확대되고 있다. 뉴욕시 밖에서 거주하면서 뉴욕시내 직장으로 통근하는 사람들에게 "통근세’를 징수하려고 하자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뉴욕시가 질서도 유지하고 적자예산을 메우기 위해 벌금 부과에 열심인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인 소상인들은 각종 벌금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들리니 안타깝기도 하다. 벌금 부과가 특정 민족을 차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공평해야 할 것이다. 뉴욕의 자기 집 앞 낙엽과 눈을 치우는 일은 규정과 벌금이 없더라도 우리나라도 배웠으면 한다. 〈울산대 교수, 뉴욕포리테크닉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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