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서툴러 관리원 도움 받아
소방대원 휠체어 통째로 이동

▲ 시각장애인 이상천씨가 남구 울산여고 체육관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요원과 소방대원으로부터 점자로 된 투표보조용지 사용법을 설명듣고 있다. 김동수기자
“불편해도 할건 해야죠. 그래야 살기 좋아지는거 아닙니까.”

시각장애인 이상천(52)씨는 2일 오후 1시50분께 울산시 남구 신정2동 제1투표소인 울산여고 체육관에 모습을 보였다. 119구급차를 타고 온 그는 신정119안전센터 대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투표소로 들어섰고, 신분확인을 시작으로 투표절차에 들어갔다.

이씨가 등장하자 손달룡(남구청 하수주무관) 선거사무원은 투표용지에 점자 보조용구를 씌우느라 분주했다. 이 용구는 후보자 이름과 기호 등이 점자 인쇄돼,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기표하도록 돕는다. 손 사무원은 이씨가 그래도 어려울까봐 후보자 이름 등을 일일이 읽었고, 이씨는 실수가 없도록 신중하게 들었다.

투표용지가 8장이나 되고, 1차와 2차에 걸쳐 이 같은 절차가 반복되다보니 투표시간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길었다. 그러나 이씨 뒤에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은 기꺼이 기다리며 “천천히 하시라”며 격려했다.

지난 1995년 시력을 잃은 이씨는 지금껏 한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 단순히 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미리 선거공보물부터 꼼꼼히 살핀다. 주위 사람들이 읽어주는 정책을 비교하고, 특히 장애인 관련 공약은 철저히 따진다. 마치 시험을 준비하듯, 그는 선거를 기다린다.

이씨는 “투표를 하고 안 하고는 개인 자유지만, 우리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

▲ 지체장애 1급 김정수씨가 2일 119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남구 야음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 계단을 오르고 있다. 김동수기자 [email protected]
각합니다. 소방대원과 선거사무원 등 저 때문에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기꺼이 도와주시는 만큼 소중한 한표는 행사해야죠”라며 소신을 밝혔다.

이날 오후 3시10분께는 남구 야음장생포동 제4투표소인 야음초등학교 체육관에는 지체장애 1급을 지난 김정수(45)씨가 투표를 마쳤다. 그는 직접 자가용을 운전하고 왔으나, 투표소가 2층에 위치해 불가피하게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소방대원들은 김씨가 앉은 휠체어를 통째로 들어 2층을 오르내렸다.

김씨는 “투표소가 2층만 아니면 혼자 갈 수 있는데, 괜히 소방대원 고생만 시킨 듯해 미안하다”면서 “장애인이 투표하는 건 특별할 게 없다. 국민으로서 할 일인데 신문에 날 일도 아니다”면서 돌아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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