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촌 잇는 소통공간 되길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 공급

▲ 김봉재 범서문화마당 대표
식탁을 위협하는 뉴스들이 여전히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후진국형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중국발로 줄기차게 보도되고 있는 기상천외한 음식물 불법 제조현장은 우리 밥상까지 불안하게 한다. 원산지 바꿔치기는 애교로 넘길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중국의 음식물 불법 제조가 가십거리가 되지 못하고 남의 일 같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먹거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의 1차적인 원인은 당연 식자재의 수입에 있다. 쌀을 제외한 식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인접국인 중국산 식자재에 대한 공급이 광범위하게 일반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수입을 하지 않고서는 시장균형을 제대로 맞출 수 없다. 여기에다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농업정책에서 당장의 시장불균형을 수입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정책 집행자들의 논리가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글로벌화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먹거리를 공산품이나 금융과 같이 하나의 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은 어쩌면 낭만적인 고민일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식자재가 세계 메이저 식량회사들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짜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의 경우 가격에 맞춰 식단을 짤 수밖에 없는데, 치솟는 물가와 생계 불안정이 불안하지만 싼 수입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유통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가격 결정과 품목 선택은 당연히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자의 손에서 결정되게 되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우화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화된 먹거리 산업의 대안으로 로컬푸드가 떠오르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은 식자재의 이송거리를 줄임으로써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시민운동으로 시작됐으나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건강한 공동체 만들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푸드와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푸드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지에서 보편화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작년 10월에 ubc 울산방송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대안으로 로컬푸드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며 정책대안 마련이 필요함을 제안하기도 했다. 로컬푸드는 기본적으로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원칙으로 한다. 집 앞이나 건물 옥상 등 빈터를 활용한 텃밭 운영과 도시소비자들을 위한 지역농산물 직거래장터 운영, 나아가 학교나 회사 등 단체급식소에 식자재를 직접 공급하고 있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도시농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로컬푸드의 한 유형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줌으로써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질적으로 수준 높은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고, 도시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식자재의 이송거리를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인해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또한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으로 로컬푸드는 더할 수 없는 긍정적 역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울산은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산업도시로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경제생활에서 농업은 부업이 될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지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지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많다면 농사를 지어 수익창출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해 개선책을 만들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무상급식을 하던 유상급식을 하던 지역농산물을 학교나 기업체 등 단체급식소에 공급할 수 있는 조건만 만들 수 있다면 세수증대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지역농촌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기관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울산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로컬푸드 운동이 생활 속에서 실천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봉재 범서문화마당 대표

(공업탑은 공업도시 울산의 상징입니다. 칼럼 ‘공업탑’은 울산의 공업센터 지정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개성있는 생각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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