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사·사용자측 의견차 여전

울산항에 맞는 최선안 찾아야

▲ 강태아 경제부 차장
울산항 예선사측과 사용자측과의 정산촉진금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예선운영 관련 중재협의회의 의견서에 대해 예선업체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힘으로써 협의회의 노력이 없던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양측은 중재협의회가 진행될 때만 해도 중재안에 실릴 내용을 궁금해하며 기대섞인 바람을 쏟아냈다. 결과는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갈등의 봉합을 위해 다시 접촉하고 있지만 절충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산촉진금은 예선사용자가 청구 3개월 이내에 예선료를 지불하면 예선사가 요금 10%를 되돌려 주는 일종의 합의금이다. 금액이 25억~30억원에 달한다.

앞서 중재협의회는 5차례나 회의를 열어 지난달 12일 정산촉진금을 현행 10%에서 7.5%로 축소하는 지급안을 권고했다. 이 권고안이 합의되지 못할 경우 시장 경제 논리에 부합되는 제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25일까지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정산촉진금 비용 분쟁은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예선업계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예선 3사의 최근 3년간 경영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예선사의 영업이익률이 타 물류업종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지만 예년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회계사 등이 포함된 중재협의회는 양측의 입장이 절충된 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양측의 갈등 조율에 힘이 되지 못하게되자 다소 겸연쩍은 모양새가 돼 버렸다. 앞서 중재협의회가 나서기 전에 이미 예산사측과 사용자측이 모두 14차례난 협의를 거쳤다. 그럼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중재협의회가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무의미 하게 마무리된 셈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갈등은 이번달에 새로 꾸려진 울산항 예선운영협의회에서 예선 운영방식 변경으로 확전될 태세다. 울산항만청이 2일까지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고는 하지만 한쪽에서 전면적인 양보를 선언하지 않을 경우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울산항 예선운영방식은 2008년 이전에 채택했던 자유계약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여수·광양항이 예선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진 뒤 근본적인 예선 개혁 방안으로 공동배선제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울산항의 경우 지난 2008년 리베이트 등 자유계약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울산항에 적합한 예선운영 방식으로 공동배선제를 택하고 이를 보완하는 취지로 정산촉진금 지급을 예산사측과 사용자측이 약속했는데 이를 다시 뒤집는 결과가 됐다. ‘과거로의 회귀’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리베이트 문제가 공론화 돼 자유계약제로 전환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폐단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련업계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밑에서 이루어지는 리베이트를 적발해 내는 데는 한계가 예상된다.

자유계약제에 있어 예선 선택권은 사용자측이 갖는다. 따라서 예선업체가 자사 이익 추구에 매몰돼 리베이트와 세금탈루 등에 나설 우려가 있다. 울산항 예선업계가 또다시 격랑에 휩쓸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불법 리베이트는 차단하더라도 관행적으로 인정이 가능한 리베이트를 활용해 예선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울산항의 운영에는 더 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김광희 연구원의 ‘한국예선업 시장의 공동배선제와 자유계약제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공동배선제를 실시하는 항만이 성장성, 수익성, 활동성 측면에서 자유계약제 항만보다 우수하다. 예선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고려할 때는 공동배선제를 더욱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져 홍역을 치른 여수·광양항 예선업체들은 부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광양항 예선운영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가 7월말께 나오면 광양항에 적합한 형태의 예선운영제도를 선택할 예정이다.

울산항의 예선운영방식을 예전의 방식으로 되돌려 시장논리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현재 불거진 정산촉진금 문제를 울산항의 방식으로 해결, 공동배선제의 모범사례로 만들어가는 것이 울산항 항만 운영에 더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태아 경제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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