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철 사장 창간 기념사

▲ 배명철 경상일보 사장
비 그치고 난 5월의 신록(新綠)이 참 깨끗하고 푸릅니다. 울산의 도심거리 곳곳에 핀 이팝나무 꽃이 풍성해 보이는 계절입니다. 쌀밥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팝나무의 넉넉한 모습을 보니 마음도 넉넉해집니다.

제가 이곳 울산에 와서 정신없이 달려온 지 1년. 이제 주변의 풍경도 눈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부족해 보이던 많은 것들이 친숙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갖습니다. 그래서인지 울산의 여러 부분에 대해 이것저것 지적하고 싶어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지는 느낌도 갖습니다. 울산의 한 부분이 되어가면서, 울산을 외부인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던 비판의식도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 제가 창간기념사를 쓰면서 가졌던 울산의 혼탁한 언론환경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후 울산의 지역언론사 사장 2명이 새로 구속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울산이 어떤 곳이길래 신문사 사장들이 수시로 구속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울산의 신문사가 현재 몇 개나 되는지 정확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잘 볼 수는 없는데도 여전히 발행 중인 신문들도 있습니다. 지역신문사의 난립은 울산의 언론환경을 척박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내가 많이 가져가겠다며 아귀다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울산의 지역 언론사에 광고 한번 냈다가 혼쭐이 난 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온갖 신문사가 다 덤벼들어 거부하기 어려운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환경은 언론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체면도 잃게 하고 있습니다.

경상일보도 울산 언론환경을 혼탁하게 만든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부끄러워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울산의 언론환경을 선도하는 정도(正道) 언론으로서 품격을 갖추어 갈 것입니다. 그것은 경상일보가 굴하지 않고 추구해야할 목표입니다. 지금 당장 정도 언론으로서 품격을 다 갖추지는 못한다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에 자부심을 가질 것입니다.

경상일보는 울산의 발전에 큰 힘이 되고자 합니다. 품격있는 울산을 만드는데 한 축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먼저 우리가 품격을 갖추려고 합니다.

경상일보는 ‘품격있는 글로벌 도시’ 울산을 위해 필요한 의제를 설정하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1등 부자 도시’의 구호를 넘어서 품격있는 글로벌 도시를 향한 기반들을 갖추도록 촉구할 것입니다. 전국에서 인재가 모여들고, 세계에서 기업과 돈이 찾아오고, 매너와 예절을 갖춘 문화시민들이 사는 산업도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울산이 울산의 발전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깔끔하고 산뜻한 디자인으로 포장된 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울산시가 앞장 서야할 것입니다. 경상일보도 필요한 것을 찾아서 제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경상일보가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의제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경상일보는 품격있는 도시 울산의 발전에 함께 하는 정도 언론으로 커 갈 것입니다. 경상일보는 긴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독자들이, 시민들이, 지금 우리가 한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간 22주년을 맞으면서 지역신문이 가야할 길을 새삼 되새기며 긴 호흡을 해봅니다. 경상일보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배명철 경상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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