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해마다 증가세

사회 관심·배려도 해결책

▲ 김갑성 사회부 차장
비윤리적이고 반인륜적인 가정폭력이 건전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경남 양산지역에만 가정폭력과 관련된 신고가 무려 1300여건이나 접수된 사실이 드러나 가정의 달 5월이 우울하다.

‘가정폭력’이란 배우자 사이에 또는 배우자 관계에 있었던 자, 자기 또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자, 계부모와 자 또는 적모서자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자, 동거하는 친족사이에 일어난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모든 폭력행위를 말한다.

양산가족상담센터는 지난 2009년 1200여건, 2010년 1300여건이 접수되는 등 가정폭력과 연관된 신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에 접수된 신고내용을 살펴보면 폭력으로 인한 신고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이혼 상담, 부부 갈등, 가족문제, 자녀 양육문제 등 가정폭력과 관련된 신고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 현대사회의 우울한 가정사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고가 접수된 사례 외에도 표면화되지 않은 폭력을 감안하면 양산지역의 가정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폭력이 인정돼 아이들이 가정과 분리조치된다 하더라도 현재 관내에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도 없어 폭력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정폭력에 멍들고 상처받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는 양산시의 현실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최근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한 A군과 B양은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이후 두 남매는 폭력에 계속 시달리다가 아버지가 사망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친엄마가 남매를 찾아와 보조금을 가로채 음주를 하며 폭행을 일삼은 사례는 참담한 사회상의 한 단면이다.

또 초등학생 때부터 평소 특별한 직업없이 생활하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해온 다른 A군은 3년이 지난 후 중학생이 되자 아버지에게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발생해 아버지로부터 신고가 접수되는 반인륜적인 사례도 충격이다.

한 여성이 사회에 던지는 개탄에서 요즘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더 잘 알수 있다.

이 여성은 “여성들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할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 의한 살인 사건이 닷새에 한번꼴로 일어난다니, 이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고 한탄했다.

양산시 가족상담센터 최연화 소장은 “양산지역에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가정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지만 가정이 해체되기 전에는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가정이 해체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요원한 것이 큰 사회문제”라고 했다.

이어 최 소장은 “가정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등 문제아로 낙인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문제아로 보지 말고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보듬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정의 달 5월이 우울하다 못해 비참하기까지 한 것은 가정폭력이 남긴 상처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회와 개인에게 암적인 존재인 가정폭력이 근절되지 않는한 우울한 5월은 되풀이 될게 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정 개개인의 사정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절대적이다.

양산시가 인간성 또는 윤리회복까지는 제쳐두고 가정폭력에 멍들고 상처받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어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는 현실만이라도 제대로 파악, 행동하는 행정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갑성 사회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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