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진 ‘울산 랜드마크’ 기대

준비없는 문화시설 문제만 야기

▲ 임치원 울산시립예술단 사무국장
소통이 불필요한 무미건조한 두 남자의 일상을 통한 현대인의 고독과 위기를 다룬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랜드마크>의 배경이 되는 35층짜리 거대한 나선형 빌딩을 품고 있다고 해서 도시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문구처럼, 도시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 어딘가에 우리의 정신적 샘과 같은 건축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국가 또는 도시 차원에서 추진되었거나 추진하고 있는 대형 건축물 즉, 도시의 랜드마크 건립 열풍에 전세계가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스페인의 중소도시였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영국의 소도시 게이츠 헤드의 세이지 음악당, 밀레니엄 브릿지, 발틱 미술관 건립 등을 통해 해당 도시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 변화들은 ‘창조도시’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브랜드화가 되면서 세계 각 도시들의 랜드마크 열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을 기반으로 한 대형 건축물들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많은 효과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유명해진 도시 치고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 없는 사례는 거의 없다. 더불어 이런 대형 예술기관은 시민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예술에 대한 관심과 창의에 대한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의 랜드마크에 형성된 세계적 관심이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져 새로운 문화생활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소도시 게이츠 헤드는 발틱 미술관과 세이지 음악당 그리고 밀레니엄 브리지로 인해 지역의 가치가 올라 이 지역에 대한 외부 투자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대형 건축물들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 없는 대형 문화시설 건립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들기는 멋지게 만들었는데 그 안을 채울 내용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팝아티스트들에게 음악 작품을 의뢰했다.

젊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해주기 위해 미술과 음악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파격적인 시도를 통한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져 성공하게 됐다.

또 게이츠 헤드의 세이지 음악당은 어린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음악을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수십 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결국 문화활동이 많아지면서 지역의 문화적 수준도 올라가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들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멋진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마련했다면 무엇보다 먼저 과연 거기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 것인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콘텐츠와 뛰어난 기획자 또는 운영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화시설은 건립만 해 놓으면 저절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역민들의 인적·물적 역할과 기업의 후원자(메세나)적 역할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지역 기업의 투자를 통한 랜드마크로서의 문화시설 조성은 문화환경 자체를 발전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기초문화 재원 투자 등 지역 경제를 자극하는 요소로써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신뢰를 유지하는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울산에도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시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할 훌륭한 건축물이 건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치원 울산시립예술단 사무국장

(공업탑은 공업도시 울산의 상징입니다. 칼럼 ‘공업탑’은 울산의 공업센터 지정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개성있는 생각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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