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오일허브 방안도 부실

기능 재배치 내용 빠진 용역

▲ 강태아 경제부 차장
울산항만공사가 울산항의 지속가능한 발전기반 마련을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 항만업계에서도 알맹이 빠진 용역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8월 1억5000만원을 들여 발주한 이 용역은 울산항의 기능재배치를 통한 장단기 울산항의 부가가치 극대화 방안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

항만공사는 당초 연구용역에 울산항의 취급 화물이 앞으로 5년간 어떻게 바뀔 것인가하는 물동량 예측과 울산항 부두시설 실태를 부두 기능별로 분석하려 했다. 또 울산항의 여건 비교 분석을 통해 타항만과의 형평성을 고려, 적정한 야적장 사용요율을 제시하고 항만시설 이용자로부터 보안료를 징수할 수 있는 제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따라서 이번 용역은 중간보고회에서 ‘울산항 기능 재배치 방안’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그런데 최종 보고회에서는 ‘신항 개장에 따른 항만운영 효율성 증대방안’으로 바뀌었다. 기대에 못미친 결과를 내놓은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일부 연구용역에서 용역 환경의 변화로 인해 최종보고회에서 중간보고와는 다른 보완제시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용역은 일정 측면에 있어서는 주객이 뒤바뀐 용역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울산본항 액체화물 부두 확충을 염두에 둔 부두 기능 재배치의 경우 본항에서 기능 조정기능을 희망하는 잡화화물 운영사가 없는 상황을 들어 단기 기능 조정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본항의 경우 잡화, 케미컬, 가스 등 처리화물의 품목이 다양한데다 한 부두에서 다품종을 취급하거나 같은 품목을 여러 부두에서 처리하고 있어 효율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기능재배치 용역을 오는 2015년 울산신항 개장이 마무리 된 뒤 실시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 재배치 방안 도출을 신항 개장을 들어 연기, 사실상 포기한 용역이 돼 버린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버린 맥없는 용역 결과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항만공사가 중간보고회 이후 정치적 판단에 가까운 일부 내용들을 결과물에서 빼도록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나돌기도 했다. 또 이런 용역이라면 신항 개장 이후에 실시해야 하는 것이냐며 용역 시기의 부적정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분진 발생 등 민원 대상이 되고 있는 석탄화물 처리부두 기능은 울산신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중간보고회의 의견은 최종보고에서 항만기본계획의 변경사안으로 3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바뀌었다. 석탄부두의 이전 계획은 이미 ‘제3차 항만기본계획’ 초안에 들어 있었지만 이를 인용하지도 않고 기존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듯한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관련 내용을 매듭진 것이다. 대신 울산항 항만시설 사용료 적정성과 항만 보안료 징수 방안을 비중있게 다뤘다. 사용료 조정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책 모색이 필요하고 보안료 징수에 대해서는 사용료 항목 신설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울산항만공사의 연구용역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중순 최종 보고회를 가진 ‘동북아 오일 허브 구축에 따른 UPA 역할 및 대응방안’ 용역도 마친가지다. 이 용역은 1년간 용역 기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부족한 두루뭉술한 대책 나열에 그쳤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중간보고에서는 싱가포르형 오일허브 항만으로 가야한다며 울산형 오일허브 항만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정작 결과물이 나오는 최종보고회에서는 오일허브 구축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핵심요인이라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내용이 부족한 용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울산항만공사가 올해 상반기 추진한 양대 연구용역의 결과물들에 대한 불만은 울산항만공사의 연구 용역사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이루어질 연구용역에 있어서는 용역 시기나 용역 내용의 적확성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뒤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강태아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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