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인영화낚인영화 - ‘마마’
우리네 이야기로 공감대 이끌어
억지스런 전개와 눈물 ‘옥의 티’

감독: 최익환
장르: 옴니버스 드라마
출연: 엄정화, 김해숙, 유해진 등

할리우드 대작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한편의 영화가 있다. 한국적 감동을 무기로 한 순한 영화 ‘마마’다.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엄마’를 소재로 했다. 가장 흔한 소재를 얼마나 다르게 그려내고 어떻게 감동을 선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영화는 세 쌍의 엄마와 자식들을 조명한다.

뒤센 근이양증이라는 희귀병으로 5년밖에 살지 못하는 11세 원재(이형석). 야쿠르트 아줌마로 일하면서 억척스럽게 뒷바라지 하는 엄마 동숙(엄정화). 그런데 엄마는 난소암에 걸려 두 달밖에 못 산단다.

유명 소프라노이자 음대 교수로 뮤지컬계를 주름잡는 엄마 희경(전수경). 함께 사는 딸 은성(류현경)은 매니저로 엄마를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다. 딸을 무시하는 엄마와 천덕꾸러기 딸의 한판 승부.

승용차 드렁크에 야구 방망이와 맨투맨 책을 함께 싣고 다니는 조직폭력배 두목(유해진). 잘나가는 유명 영어강사 행세를 하면서 엄마(김해숙)를 끔찍이 챙긴다. 유방암에 걸린 엄마에게 첫사랑을 만나게 해주는 사랑이 ‘징허게’ 눈물난다.

‘나 없으면 못사는 엄마’ ‘웬수 같은 엄마’ ‘철없는 엄마’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이들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상적으로 부딪치면서 각자 독특한 사연을 탁월하게 펼쳤다. 영화 말미에 이들을 정리하는 말이 나온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살아만 있어도 좋은 사람. 우주에서 제일 강한 사람.”

엄마 이야기는 뻔하지만 늘 눈물을 부른다. ‘마마’ 역시 그렇다. 엄마와 자식간의 사랑, 우리들의 이야기를 깊은 공감대로 이끌어낸다. 영화 내내 관객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울고 웃게 만드는 게 이 영화의 또 다른 묘미다.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엄마가 힘든 시간을 견뎌낸 힘은 결국 자식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억지스러운 흐름과 눈물 짜내기의 영화적 장치가 실망스럽고, 뻔한 수순의 끝맺음은 관객의 맥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마마는 나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영화다.

영화관 옆자리에 앉아 엄마 어깨에 기대어 어깨까지 들썩이며 울던 초등생 이 기억난다. 여기 저기 훌쩍이던 관객들도. 속 시원하게 남 눈치 안보고 마음껏 울고 싶은 엄마들과 자식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손수건 보다는 엄마의 어깨를 빌리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김봉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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