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보호 논란에 휩싸인 5일장

지역생산농가와 주민 연대 통한

다양한 직거래장터로 열렸으면

▲ 김봉재 범서문화마당 대표
첨단문명의 홍수 속에서 어찌보면 시대에 맞지 않고 고리타분하다고도 할 수 있는 5일장 혹은 재래시장이 여전히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의 이름난 5일장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가는 여행코스가 따로 만들어지고 전국의 유명한 5일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문화상품이 되어 전국에서 장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아끼지 않고 찾고 있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려있어 물류이동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인터넷을 이용,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물건을 무엇이든지 구매할 수 있는 사이버세상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이러한 재래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지역 주민이 장을 열고 지역의 특산물을 취급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 산간지역의 5일장이 곡물류와 산나물, 약초 위주로 발달돼 왔다면 바다쪽인 전라남·북도, 충청남도, 경상남도 등은 수산물 위주의 장이 발달해 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5일장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현지를 방문해야만 더 아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덤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마트이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장의 모습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처럼 지역특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이유 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마트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덤과 기분에 따라 벌어지는 흥정을 통해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g당 얼마’라는 소비자와 판매자와의 획일화된 관계보다 덤과 흥정으로 대표되는 정서는 현대 대형마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울산지역에서도 재래시장으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언양장과 남창장, 정자장 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전통시장의 모습과는 다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파트 등 신주거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5일장이 들어서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장기능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5일장 혹은 요일장은 전통장터의 모습을 띠며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마트에서 느끼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와 값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호응도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시환경 오염과 교통, 지역상권 보호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천상지역에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들어서기 시작한 천상 5일장이 십 몇 년째 운영되어 오고 있다. 덤과 흥정을 통해 장을 보는 재미와 신선한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하는 재미도 있지만, 천상천을 따라 들어서는 천상장은 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가뜩이나 좁은 도로가 더욱 아수라장이 되고 천상천의 오염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노점시장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는 남구청의 명분처럼 상인들은 지역내 상인들이 아니라 대부분 타지역에서 원정오는 전문 기업형 상인들인 것도 문제다. 점포를 임대해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지역상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고 불법시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남구청의 단속명분이 설득력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의 5일장 혹은 요일장을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역농산물 직거래장터로 전환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술한 바와 같이 전국의 이름있는 전통재래시장이 가지는 장점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원주 새벽시장이나 얼마 전 필자가 전국 로컬푸드 사례 발표차 둘러보고 온 천안지역의 경우처럼 지역의 생산농가와 아파트가 연대해 운영하는 번개시장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는 장터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열 수 있다면 지금의 5일장 혹은 요일장이 가지는 문제점들도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형마트가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의 생산농가와 도시소비자를 이어주는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일장 철거 논란을 보며 지역의 생산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도시소비자들과의 연대를 통한 직거래장터가 다양한 형태로 열려 울산지역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운동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봉재 범서문화마당 대표

(공업탑은 공업도시 울산의 상징입니다. 칼럼 ‘공업탑’은 울산의 공업센터 지정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개성있는 생각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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