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반전에 반전 거듭 긴장감 연속

현실감 있는 법정묘사 인상적

감독: 브래드 퍼맨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출연: 매튜 맥커너히, 라이언 필립 등

오랜만에 법정 스릴러가 나왔다. 범죄혐의를 둘러싸고 변호사와 악랄한 의뢰인 사이에 벌어지는 팽팽한 공방은 법정과 현장,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추리와 두뇌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오로지 대화와 표정연기 만으로 끝까지 몰고가는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나는 어떤 영화 취향을 갖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 돈이 되는 의뢰인을 만나려고 운전기사가 딸린 링컨 차를 타는 속물이다.

어느 날 할리우드의 거대 부동산 재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가 강간미수 폭행사건으로 찾아온다. 그런데 사건을 진행하던 도중 할러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할러가 자신의 의뢰인이 유죄라고 단정해 감옥에서 평생 썩게 만든 사건의 진범이 바로 루이스였던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루이스로부터 의뢰받은 폭행사건은 폭행사건대로 변호하는 한편 루이스가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기발한 게임을 한다.

영화에서 할러는 깡패 두목의 범죄행위도 돈만 된다면 얼마든지 맡아 검사와의 협상 끝에 형량을 낮춰주는 등 이른바 ‘길거리 변호사’의 전형으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고한 의뢰인(innocent man)을 못 알아보고 감옥으로 보내는 일이 가장 무섭다고 말한다. 변호사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빠르게 진행된다. 도입의 약 10분 가량은 스토리 파악을 위해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는데 소비하지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숨돌릴 틈 없이 전개되는 사건의 내용을 따라잡느라 기침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에 반전이 시도되지만 그 강도가 다소 약해 맥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정의의 전당으로 비쳐지는 법정이 선량한 약자들의 마지막 의지처가 되지 못하고 가진 자들의 거래와 협상의 현장으로 전락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서도 작은 정의는 때에 따라 무시될 수도 있지만 큰 정의는 언젠가 실현된다는 정직한 메시지를 영화는 던져주고 있다.

이재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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