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야할 행복이 있어서 벽은 문이 되었다
손잡이에서 작은 온기나마 느낄 수 있어서
문은 아직 희망이다
초인종을 누른다. 손잡이를 놓치기 전에 문이 열렸으면
기척을 기다린다. 닫혀있는 문은 동굴 같다
문이 열리면 금세 사라지고 말 동굴 속에서
하나가 되지 못해 끝내 벽이 되어버린 얼굴
부고장보다 차가운 낯빛
표정이 없는 얼굴은 닫혀있는 문보다 견고하다
문을 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열렸다 닫혀버린 문밖에서 알았다
사람아, 사람아
몸과 마음이 따로 드나들 수 있도록. 안팎이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세상 모든 문들이 모두 두 개였으면 좋겠다
*서둘러 문을 닫는 사람은 문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 고영 시인은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년 ‘현대시’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2004년, 2008년 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기금 받음. 시집으로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가 있다.

평소 문을 열고 닫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 버려서 잊고 있었다. ‘벽’이 ‘문’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제서야 완전한 소통을 이룬다는 것을.

▲ 이기철 시인

하지만 우리 앞에 있는 수많은 문들은 여전히 닫힌 채이며 심지어 ‘문을 여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눈치 챘다.

하여 소망한다. ‘몸과 마음’ 그리고 ‘안팎’이 따로 흔들리지 않도록 ‘세상의 모든 문들이 모두 두 개였으면 좋겠다’.

◇이 지면을 통해 2년 가까이 시인들의 시를 소개해왔습니다. 그 동안 ‘시가 있는 금요일’을 사랑해주신 애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간절한 소망은 시가 많이 읽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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