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해결책은 적게 먹는 것과 운동
자동차·도로 발달로 걷는 시간 줄어
계단 걷기 등 생활 속에서 습관화해야

▲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박사

추석을 친지들과 즐겁게 보내고 나니 제일 먼저 우려되는 바는 평소 보다 많이 섭취한 칼로리이다. 송편은 식사에 더해 간식으로, 파전 등 기름기 많은 튀김 요리도 그저 오가며 한 젓가락씩 입에 넣다보니, 그 동안 간신히 유지해 오던 몸무게가 훌쩍 뛰어 오를 추세다. 필자는 대학교 시절에 ‘북해도 명태’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날씬한(?) 몸매였다. 1980년대 초에 미국 유학을 갔을 때 TV에 나오는 ‘다이어트’ 음식광고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누가 같은 값을 주고 저칼로리 음식을 먹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경우 국민 비만율이 현재 30%수준인데, 2030년이 되면 42%에 달하고, 그에 따른 의료비용은 20년간 66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4%수준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상태이다. 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비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랫배가 나오면 ‘사장님의 배’라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을 부러워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상의 적신호로 간주된다. 요즘은 오히려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높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그 가족의 경제적 계층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많이 먹었니?” 라고 하면 저소득층이고, “맛있게 먹었니?” 라고 물으면 중산층이고, “분위기 좋았지?” 라고 하면 고소득층이란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늘어나는 몸무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 보면 비만의 원인과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즉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주위에 즐비한데 적게 먹는다는 것이 의지대로 되질 않는다. 운동을 하면 좋은데 시간이 없다. 자동차와 도로의 발달로 인해 생활의 행동반경이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그에 따라 걸어 다닐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하여 행동하는 현대인들에게 걸어 다니는 시간은 낭비일 뿐이다. 만보계를 달고 하루에 걷는 걸음을 세어보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가 놀랄 지경이다. ‘운동을 해야지’ 하면서 헬스 클럽 회원권을 사지만, 갈 시간이 없어 몇 번 가고는 그만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의 바쁜 생활 속에도 운동할 시간을 발견할 수 있다. 22층 아파트에서 출근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갈 때 그냥 서있지 않고 손잡이를 잡고 팔굽혀펴기를 하면 그 짧은 시간에 약 45번 할 수 있다. 하루 중에 한번은 더 해야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때가 아니고는 시간적 여유를 찾을 수가 없다. 한 때는 운동 삼아 아침 저녁에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곤 했는데 약4분30초가량이 걸렸다. 22층을 걸어서 올라가려면 우선 심리적으로 “아니, 그걸 어떻게?”하면서 주춤하게 되지만 막상 시작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 소요된다.

학교에서도 엘리베이터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는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가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다. KTX역에 가면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편히 올라 갈 수 있는데 굳이 걸어서 올라가면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기차를 탈 때까지는 대개 10여분 정도 여유가 있으므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갔다가 엘리베이터로 내려오기를 4-5번 반복할 수 있다. 물론 이같이 짧은 시간에 하는 운동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운동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따로 시간을 내서 추가로 운동을 하게 된다. ‘운동을 해야지’하는 의지력만으로는 오히려 스트레스 받기 쉽다. 생활 속에서 운동을 습관화하려면 계단 걷기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실행해야 한다. “운동할 시간 있으세요?” “아니요, 없죠. 그냥 아침에 기상하기 전에 침대에서 매트운동, 일어나선 맨손체조 하나 둘, 엘리베이터에서 팔굽혀펴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걷기, 점심먹고 산책, 퇴근 후 뉴스나 연속극 보면서 러닝머신 하기, 그리고 주말에는 하이킹… 그러고 보니 꽤 있네요, ㅎㅎㅎ.”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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