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감사하며 현재 자신을 인정하고
‘도전정신’으로 나만의 길을 선택해야
만족스러운 삶 ‘안도의 한숨’ 쉴수있어

▲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KBS월화드라마 ‘울랄라 부부’는 가정주부와 호텔리어 남편의 결혼생활에 관한 것이다. 가부장적 남편, 까다로운 시어머니, 밉상스런 시누이, 그리고 반항만 하는 아들에 지친 부인이 주부 파업을 선언한다. 그런데 갑자기 영혼이 바꿔치기 되어 아내는 남편 역할을, 그리고 남편은 주부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어나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주부들이 가장 해방되고 싶은 대상은 시댁(26%), 남편(24%), 혹은 자녀(10%)가 아니라 ‘현재의 나’(40%)라고 한다. 기혼여성의 70%가 ‘다시 결혼하면 지금 남편과 안 하겠다’고 밝힌 조사 결과도 있다.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의 77%가 회사 몰래 이직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대졸 신입 합격자 10명 중 3명이 1년 내 회사를 그만둔다. 특히 중소기업의 신입사원 합격자 가운데 절반은 1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 국내 과학자 10명 중 7명(72%)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면 이 땅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더 좋은 연구 환경과 삶의 여건을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미국 거주 한인 과학자 중 66%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옆집 잔디가 항상 더 푸르게 보인다’(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한국 속담과 같은 의미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나보다 나은 대상과 비교하는 데 있다. ‘엄친아’, 즉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 낸, 그래서 영원히 따라잡은 수 없는 ‘엄마의 친구 아들 혹은 딸’과 비교하면서 부모는 자식을 질책한다. 이는 “그런데, 클린턴은 아빠 나이에 미국 대통령까지 했는데 아빤 뭐냐고요?”하며 오히려 힐문하는 영악한 아이들만 길러낸다. ‘나는 나다’라는 독립된 정체성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으면 나는 어디에 연결되어 나타나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 연결고리가 불안정하거나 끊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현재에 불만스럽게 된다. ‘내 인생 맘에 안 들어’라는 소설은 잘 나가는 싱글녀와 안정적인 가정의 주부가 서로의 인생을 맞바꾸면서 시작된다. 잘나가는 여성지 팀장이라는 근사한 직업에 멋진 아파트, 쿨한 친구까지 거느린 비키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화려한 싱글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 안정적으로 살길 바란다. 반면 부유한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앰버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 소설처럼 현실에서도 삶을 바꾸어 살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는 불가능하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에 직면한다. ‘인생 별건가?’라고 자위하면서 ‘풀이 덜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많은’ 길을 걷는다. 무리의 일부가 되어 ‘내가 없는’ 불만스런 삶을 살아간다.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면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과감하게 나만의 길을 걷는 기쁨으로 만족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 끝나는 시에는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이 반영되어 있다.

이 시는 고인이 된 영문학자 피천득 선생이 번역하였다. 전체적으로 잘 되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숨’(sigh)이라고 하여 마치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듯,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갔었어야 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인의 의도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도전정신으로 개척하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어려운 인생 여정을 잘 마친 후에 크게 내쉬는 ‘안도의 한숨’으로 하여야 시의 결론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만족스런 삶을 살려면 자신의 과거를 감사하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임진혁 유니스트 교수·경영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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