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재개설 속 美·英·日 등 관련국, 근심·우려 표명

알제리 인질 사태가 18일(현지시간)로 사흘째 접어든 가운데 정부군이 인질 수십 명을 억류한 이슬람 무장 세력을 상대로 한 구출 작전을 벌이고 나서 행방이 묘연한 외국인 인질 수십명의 생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알제리군은 이날도 다수의 인질 참사가 벌어진 알제리 동남부 인아메나스 지역의 천연가스 생산 시설을 포위하고 있어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외국인 인질 다수 생사 불분명 =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알제리군이 36시간의 교착 상태를 끝낸 군사 작전으로 적어도 30명이 사망했지만, 무장단체에 억류돼 있다가 실종된 나머지 인질들의 운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8일 보도했다.
 외국인 인질 60여명은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여서 이에 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제리 국영 매체가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정부군은 전날 헬기를 동원해 인아메나스 가스생산 시설에서 인질범과 인질들이 나눠 탄 지프 차량 4~5대를 폭격했다.
 알제리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인질 30명 이상과 무장 대원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희생된 인질 중에는 알제리인 8명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 7명이 포함됐다. 또 외국인 인질 9명은 풀려났다.
 인질범들은 정부군의 작전 개시 전 모리타니의 ANI 통신과 인터뷰에서 외국인 인질 규모가 최소 9개국 출신의 41명이라고 주장하고 협상을 위해 알제리 정부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인질범과 소식통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체 외국인 인질 41명 가운데 숨지거나 풀려난 16명을 제외한 나머지 25명의 행방이 불분명한 셈이다.
 알자지라는 노르웨이와 일본 등의 외국인 최소 21명에 대한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질범은 정부군의 공격에도 이 시설에 계속 머물며 남은 인질을 데리고 있다고 알제리 관영매체는 전했다.
 알제리의 군사 작전으로 외국인 70여명을 포함해 약 650명을 구출했다고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인질범들이 자발적으로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슬람 무장 세력은 정부군의 작전 도중 인질 35명 외에 소속 대원 15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알제리 인질 사태에 관련국 우려 =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이 알제리 인질극 참사로 번지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관련국들의 근심도 커졌다.
 프랑스의 군사개입을 지원키로 한 상황에서 말리 내전 확산에 따라 지원의 범위와 강도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질극 참사 명단에 미국인이 포함됐다면 문제는 한층 더 꼬일 수 있다.
 당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전날 인질극 참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상황이 가변적이라 구체적 대응계획을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미국인 인질의 숫자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알제리 정부로부터 인질 구조작전 단행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작전을 위한 군사적 지원을 작전 전날 제안했으나 알제리 정부가 거부했다는 미국 관리의 전언도 나왔다.
 영국 정부는 알제리 정부의 인질구출 작전에서 인질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자 군사작전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불만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다수의 영국인 인질이 억류된 알제리 상황이 심각하다”며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알제리 정부의 인질 구출작전은 진행 중이며, 영국인 인질 가운데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는 억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 외무부는 “테러 사건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짤막하게 밝혔다. 일본 역시 알제리 정부에 군사 작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태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알제리 정부에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인질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작전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알제리의 압델말렉 셀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외국인과 현지인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무장단체를 공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협상 재개설 속 알제리 인질사태 배후, 추가 공격 시사 = 알제리 정부와 무장단체가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알제리의 인질 사태 배후 세력이 이날 추가 공격을 선언해 추가적인 유혈 사태 가능성도 우려된다.
 알제리의 한 보안 소식통은 “정부군이 평화로운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타니의 ANI 뉴스통신은 알제리 무장 단체가 미국 인질 2명과 교도소에 수용 중인 소속 대원들의 맞교환을 위한 협상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알제리 인질사태의 배후로 알려진 이슬람 무장조직은 이날 추가 공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ANI에 따르면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IM) 출신인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이끄는 ‘복면여단’은 알제리인들에게 “외국회사의 시설에 접근하지 마라. 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알제리 당국은 “인질범과 협상이 실패해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며 생존한 인질 수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알제리 당국은 또 무장 세력이 가스전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해 군사 작전을 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후 울드 카빌라 알제리 내무장관은 “우리가 확보한 정보로는 인질 사태를 일으킨 이슬람 무장세력은 리비아 출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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