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로 시작했다 학구열로 발전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치있는 역사
‘로사’ 통해 울산 역사도 더 알게돼
 부모가 관심가지면 아이는 저절로

 

   “아이들 공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역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어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한 카페. 동네 아줌마 9명이 아침부터 모여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책도 쌓여있고, 자료도 수북히 쌓여 있는 것 같다. 이야기 주제도 남편이나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범상치 않은 모습이다.

 
    바로 범서읍 구영리 주부 9명이 모여 역사를 배우는 동아리 ‘로사에서의 역사나누기’(이하 로사) 정기 모임 시간이다. 로사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자녀들을 등교시키고 2시간 정도 역사 공부 삼매경에 빠진다.
 
틀에 박히거나 거창한 ‘강좌’가 아니라 정해진 교재에서 9명이 각자가 맡은 부분은 알기 쉽게 발표하고 하기 때문에 즐겁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흡한 부분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팀원이 보충설명을 하며 알차게 역사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고 있다.
 

 2011년 11월 로사의 첫 출발은 아주 단순했다. 초등학교 5학년 교육과정부터 역사를 배우는 것 때문이었다. 회원들이 다 비슷한 연령대 주부들로 구성된 것도 이같은 이유다.
하지만 엄마들이 먼저 우리 역사를 배워 자녀 교육에 도움을 주자는 교육열로 시작했지만 1년여가 지난 오늘에 와서는 오히려 엄마들의 학구열로 발전한 것이다.
 
   이외에도 회원들에게는 또 다른 변화도 생겼다. 매주 한 번씩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암기식 역사교육이 아닌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나누면서 역사라는 것이 일상생활로 다가왔다.
학부모, 가계부 적기, 드라마 시청 등 큰일이 아니더라도 생활의 소소한 일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김성화(여·43세·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씨는 “가계부를 적으며 해가 지나면 버려야 할지 항상 고민했는데 이것도 가정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에게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보관도 잘하라고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사를 통해 울산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도 있다.
 한은숙(여·43)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이지만 중구 병영도 등 지명에 대해서는 알고만 있지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며 “동아리를 통해 울산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집 근처에도 상당히 많은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유익한 모임이라 생각한다”고 동호회의 장점을 소개했다.

 또래 아이를 가진 주부들의 모임인 만큼 역사 공부가 아이들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빼놓지도 않고 소개했다. 회원들은 엄마가 먼저 공부를 하며 아이들에게 “너도 한번 읽어봐”라고 말할 수 있다는 로사의 장점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김영필(여·4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씨는 “허투루 보낼 수도 있는 시간에 의미있는 역사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아이들 공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모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무심코 넘어갔던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앞으로 로사는 역사 공부를 넘어 세계사·문화사에 관한 책을 읽어가는 모임으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로사에서 역사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형언(여·4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씨는 “역사라는 것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것이고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항상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퍼즐 맞추기처럼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책 13권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 로사에서 역사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형언(여·44·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마지막으로 김씨는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에 가면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머릿속에 축척이 되면서 학교 수업시간에 이해를 돕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로사는 역사책으로 저학년부터 차례대로 읽을 수 있는 <으라차차 한국사>를 비롯해 <아 그렇구나 우리 역사시리즈> <한국사 편지> 등을 추천했다. 글·사진·동영상=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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