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산 2000억 육박 지역경제에 도움
바이오·나노·첨단소재 등 신성장 동력
일자리 창출·미래 먹거리 개발 견인차

▲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2009년 3월에 개교한 유니스트는 지난 달 26일에 학사 175명을 배출하는 첫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생들을 마주 보며 단상에 앉아있던 필자의 머리 속에는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감개무량하였다. 고향에 국립대학이 설립되고 있다는 지인의 소개로 울산에 인터뷰왔을 때는 총장과 직원 십여명이 상가에 마련된 조촐한 사무실에서 개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국에서 그것도 고향에 돌아와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27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였다. 상위 5%수준의 우수한 고교생들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교수 확보와 건물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보여 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목표치를 상회하는 3%수준의 뛰어난 신입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선도대학을 만든다는 비전을 세웠다.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4가지 구체적 전략 즉 창의, 융합, 글로벌화,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설정하였다.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서 선진형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이용하여 토론식 수업을 강화하고 있고 글로벌화를 위해 100% 영어 강의를 실행하고 있다. 융합교육을 위해서는 전학생을 무전공으로 입학시키고 2학년이 되면 6개 이공계학부와 테크노경영학부가 제공하는 전공트랙 중 2개를 이수하게 한다. 연구중심 대학이므로 첨단 생체 소재, 차세대 에너지 같은 중점연구분야를 선정하고 융합연구원을 통한 집중연구를 통해 특화분야에서 세계일류를 지향하고 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총 사업비 2000억 원의 임대형 민자사업(BTL)이 확정되어 2013년 후반부터 공사가 진행되면 연구공간이 대폭 확충되어 3개 과기원 수준에 육박할 것이다.

지난 4년간의 가시적 성과를 보면 우선 학사 졸업생의 87%인 152명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였고 취업자들의 대부분은 삼성, LG 등의 유수한 대기업에 입사하였다. 2011년에 교과부에서는 3개의 과기원(KAIST, GIST, DGIST)에 유니스트 포함하여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하기로 하였다. 차세대 성장산업의 하나인 2차전지 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MIT와 스탠포드대학과 경쟁하는 TOP 3대학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배터리 1분만에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는 2012년 대한민국 과학기술 10대 뉴스 중 4위에 선정되었으며 2년후 상용화될 예정이다. 2차전지 음극/양극 소재개발 및 기술을 54억원의 국내대학 최고의 기술이전료를 받고 지역기업에 이전하였다. 2013년 9월에 제품이 양산되면 연간 1000억원의 수입대체효과가 예상된다.

5조2000억원이 투입될 대형 국책사업인 국제 과학 비즈니스벨트의 지역 연구단들의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대구광역시의 DGIST, 경상북도의 POSTECH와 함께 유니스트는 1조5000억원이 투입될 DUP 연합캠퍼스를 구성하였고 구체적인 연구단을 구성중이다. 과기원이 없는 부산과 경상남도에서는 이 사업에서 배제되다시피하였기에 자신들의 지역에도 과기원을 설립해 주도록 끈질기게 요청중이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기원은 교과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관할을 옮길 예정이다. 유니스트는 교과부에 남아있게 되므로 과기원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상당한 재원을 매년 지원해 주고 있는데 유니스트가 시민들에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 “국립대학인데 왜 울산학생들이 잘 못 들어가는가?” 같은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 동안은 학교의 설립과 안정화 등 내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였고 아직도 계속 확충과 발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시민들에게는 직접적 효과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금년 총예산은 정규예산 1400억원에 산학협력단 예산 350억을 합하면 2000억원에 육박하므로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단기적 효과보다는 바이오, 나노, 에너지, 첨단소재 등 신성장 동력산업을 위한 연구와 교육의 장기적 효과에 더 주목하여야 한다. 미국의 스탠포드대학으로 인해 실리콘벨리가 형성된 것처럼 유니스트가 울산시와 한국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잘 하여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여야 한다.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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