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적 분노 표출
명상훈련·전문가 상담·멘토링 등
자신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 찾아야

▲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대기업 임원의 승무원 폭행’, ‘제빵사 회장의 호텔지배인 폭행’,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과 같은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성난 대중들의 사회적 몰매가 집중되어 결국에는 권선징악을 위한 집단응징을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들의 공통점을 ‘힘센 갑의 횡포’에 집단으로 대응하는 ‘약한 을의 반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조직문화의 변화, 인성교육, 그리고 법적인 보호 장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확한 원인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64년 미국 뉴욕의 주택가에서 한 여성이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격렬히 저항하면서 도움을 청했지만 38명의 목격자들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살해되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도시민들의 인간성 소외’를 이 사건의 원인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경우 해결책은 별로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될 뿐이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의 책임감이 분산되기 때문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 때문인 것으로 밝혔다. 따라서 위급한 상황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다는 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처방책을 제시하였다.

남양유업의 사건을 계기로 하여 그 동안의 비뚤어진 갑을 관계의 문제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동종업종은 물론 다른 분야에까지 파급되면서 횡포를 일삼는 갑에 대한 여론의 집단적 보복[s1] 에 이어 정부에서도 부당한 관행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고 정치권에서는 ‘남양유업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 같은 사회적, 행정적, 입법적 조치를 통해 소위 말하는 ‘을사조약(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이 경제적 약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승무원 폭행 사건과 호텔지배인 폭행사건은 계약상 갑을 관계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강자와 그렇지 못한 약자와의 관계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근자에 일어난 보육교사에 의한 유아학대 사건들도 갑을 관계로 설명이 될 것인가? “꽁초 버리지 마”라고 훈계하는 할머니를 벽돌로 내려친 20대의 살인사건, 층간소음 분쟁으로 방화와 살인, 운전 중에 다른 운전자에게 응징하려는 ‘도로 위의 분노(Road rage)’ 등은 갑을 관계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남양유업 사건을 포함하여 상기에 거론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분노가 과다하게 표출된 것이고 당사자도 그 결과가 그렇게까지 확대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조금만 참았더라면, 혹은 좀더 이성적으로 접근했더라면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 같은 사건들이 연령, 사회적 신분, 경제력,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이며 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면 자신에 대한 위해 즉 자살로 이어지든가 아니면 타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빨리 빨리”하며 달려가는 사회적 현상이 점점 불확실해져 가는 경제적 현실과 맞물려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확대를 통해서 이 같은 경제적 사회적 요소에 기인한 불안을 해소하도록 하여야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일진데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분노를 표출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 정도가 극심한 경우는 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평소에 쌓이는 스트레스를 즉시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함으로써 분노의 표출을 상당히 극복할 수 있다. 충동적 분노 표출의 원인을 자각하고 자신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여야 한다. 필요하면 힐링캠프 참여, 명상 훈련, 전문가와의 상담, 멘토링과 같은 외부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불행한 사람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 하며 오늘이 없는 삶을 산다. 반면에 행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사하고 내일에 희망를 가지고 오늘을 즐겁게 산다.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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