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서여서도라고 했는가?”

“전라도 남단과 제주도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이옵니다. 완도에서 백여 리 그리고 청산도에서도 수십 리나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해안선의 길이가 25리나 되는 섬이옵니다. 삼포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 대마에서도 그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전라도의 여러 섬에서도 멀리 벗어나 있기 때문에 우리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고기잡이가 행해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되옵니다.”

“서여서도라…”

임금의 말이 길게 여운을 남겼다. 임금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임금이 잠시 그 말을 되새겨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드리워졌다.

이예가 제의한 사안이 예조에도 찬반의 논란에 싸여 있을 때 통신사로 갔던 고득종이 귀국했다. 고득종은 대마도를 거쳐 귀국하여 복명한 것은 5월 말이었다.

“본도의 사람들은 오로지 고기 낚는 것으로 생업을 삼기 때문에, 매년 40~50척, 때로는 70~80척씩 고초도에 가서 고기를 낚아 연명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두세 번 굳이 청하여 마지 못하는 바입니다. 본도의 사람들은, 여기서 굶어 죽는 것보다는 죽기를 무릅쓰고 그 섬에 들어가서 낚시질하는 것이 낫다고 말합니다. 만일 그 섬에 가서 고기를 낚다가 귀국의 변장에게 해를 당하여 본도 사람이 혹 피하지 못하게 되면 반드시 서로 살해하는 일까지 생기게 될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호의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고초도에 들어가서 고기를 낚도록 허락하여 준다면 이곳 섬사람들의 생계가 넉넉하여지니, 들어가 도둑질할 마음이 영구히 없어질 것입니다.”

소 사다모리가 고득종에게 한 말이었다. 고득종은 사다모리가 자신에게 말한 것을 임금께 그대로 전했다.

고초도에서 조업을 허용해 달라는 소 사다모리의 요청은 매우 간절하게 들렸다.

“신은 생각하건대 풍속이 다른 사람들을 대접하는 방법이 은혜와 신의로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고, 옷과 밥으로 급한 것을 구제하여야만 진심으로 복종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간청하는 고초도에서 조어를 허용하되 만약 그들이 약속을 배반한다면 도로 금하고 막아서 고기를 낚지 못하게 한다면 그 이익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여 거의 도둑질할 마음이 없을 것입니다.”

고득종은 고초도에서 조어를 조건부로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고초도엔 이미 왜인들이 허가 없이 수시로 드나들며 고기잡이를 하여왔던 곳입니다.”

“첨지중추원사 이예는 서여서도에 조어를 허용해 주자고 하지 않았던가?”

“그 문제는 이미 첨지중추원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바 있습니다. 첨지중추원사가 건의했던 서여서도와 고초도는 지리적으로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남해 가운데에 있어서 육지까지 거리가 멀고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비워져 있는 섬이라는 점에서도 같은 조건입니다. 다만 서여서도보다 고초도가 크기가 크고 대마도 쪽에 가깝습니다.”

“허용한다면 구태여 더 넓은 지역을 허용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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