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들려온 비리의혹에 실망
오너지배구조는 난공불락 아냐
대중의 공분사면 무너질 수 있어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깨끗한 이미지를 가졌던 기업에 대한 비리 의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최근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 기업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비리 의혹은 더욱 당혹스럽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을 행해야 한다고 이해관계자들은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몇몇 재벌 총수들의 수감에서부터 시작해서 일련의 비자금 의혹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그동안 기업의 성장 뿐만 아니라 꾸준히 이루어진 경제력 집중 정책은 재벌 총수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킨 상태이다. 재벌 오너의 지분은 대부분 그룹들의 경우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어떻게 1%의 지분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그룹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진보진영이나 시민단체 등이 재벌 해체의 주요한 논거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는 것이 극소수의 지분을 이용한 계열사 지배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기업 측은 오너 지배의 장점이나 그룹내 외형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진 자연스런 지분 희석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찬반 주장은 다르지만 계열사 상호출자와 같은 내부 지분을 이용해서 오너의 지배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계열사 지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가에 따라서 한국의 재벌 구조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변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며, 때로는 해체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측은 “당신들이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다수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체라는 방법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전문경영인이 지배하는 체제가 정의로운 체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점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오너 특유의 순발력과 집중력 덕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전자기업의 몰락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소유구조가 가진 문제점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다.

반면에 기업 지배 구조 덕택에 오늘의 삼성전자가 가능하였다는 주장도 사실이다.

나는 오너 체제의 장점에 대해 호의적이지만 우리가 새겨야 할 점은 무엇이 효율적이냐는 사실이나 올바르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다수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성장의 토대가 되고 있는 기업 지배 구조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계열사의 출자에 대해 약간의 규제만으로도 현재의 재벌 체제는 상당 부분 변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런 체제가 여전히 우리가 선진 기업들을 따라가는데 큰 이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동이 계속해서 뒤를 따라야 한다.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현재의 대기업 지배구조는 변할 수 있다.

또한 대중이나 정책입안자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효율이라는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이보다 훨씬 강력한 감정 상태는 질투, 시기심, 분노 등이 있다. 지나치게 가족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들이 자주 공론화 되기 시작하면 어떤 체제가 아무리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효율을 압도하는 감정의 움직임이 일 수 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 상황이다.

기업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인식이 이미 변화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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