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고초도의 고도와 동도, 서도 세 섬의 안쪽에서만 조어를 허용한다면 그 범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세 개의 섬 안 내해에서만 조어를 허락한다면 그들이 그것을 지키고 따르겠는가?”

“엄격히 규약을 정하여 허용하면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그러겠느냐?”

임금은 말끝을 흐렸다. 임금의 얼굴엔 그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왜인들에게 고초도에서 조어를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조정에선 연일 논쟁이 벌어졌다. 대신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반대하는 중신들도 있었다. 반대하는 대신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예부터 국가의 변은 뜻밖에 일어나는 것이오니 허락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들은 처음부터 반대했다.

“왜인들이 여러 번 고초도에서 물고기를 잡고자 청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이 섬에서 왜인들로 하여금 왕래하며 물고기를 잡게 하되, 그 세(稅)를 국가에 바치게 하면 저들도 기꺼이 기뻐할 것이고 그 땅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떤가?”

임금의 대신들을 굽어보며 말했다.

“허락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병조참판 신인손이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다. 이조 판서 최부가 반대하는 말을 덧붙였다.

“이 일은 국가의 근간과 관계 되어온 것이기에 비록 성인이라 하더라도 쉽게 결단할 것이 못되옵니다. 소신은 지식이 얕고도 짧아서 이 일을 결단하기가 어렵습니다마는, 이제 이를 허락하여 준다면 왜인들은 기뻐할 것이오나, 그러나 후세의 근심은 알 수 없습니다. 주는 것은 임기응변으로 취하는 방편이며, 주지 않는 것은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이옵니다. 대체로 모든 일은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힘써 따름을 요하오니, 근본적인 대책 없이 임시변통으로 하는 방편을 따르는 것은 불가하옵니다.”

좌참찬 황보인은 어조가 격앙되어 있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허락해 주되, 병사들로 하여금 왕래하면서 감찰하게 하면 무슨 변고가 있겠사옵니까.”

예조 참의 고득종이 말하였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가장 쉬운 답은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금은 허용해 줌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허용해 주지 않음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의 경중을 놓고 좀 더 저울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0월에 접어들어서도 몇 차례의 회의가 더 있었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개인 간이든 국가 간이든 베풀어 주는 것이 없이 다스리기만 할 때 우호적인 관계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고초도의 조어를 허락해 주되 그것을 관리하는 규율을 엄격히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옵니다. 조어 허가 절차로는 도주의 문인을 가지고 거제 지세포에서 조업 허가 문인으로 교환하고 휴대한 무기는 몰수한 뒤 조업을 하게 해야 할 것이옵니다.”

이예가 말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