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자칫 일이 잘못되어 왜적들을 잡아오지 못하면 자신이 질타의 대상이 되어 신료들로부터 추궁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 해야 할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누구도 쉽게 자청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이예는 생각했다. 그것은 국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일이며 또한 그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일이 잘못되어 자신이 추국당하는 처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 어려운 상황에 자신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스무 세 살 때에 왜구에게 포로로 잡혀가는 울주 지주사 이은을 따라가겠다고 스스로 포로가 되기를 자청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용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삶의 모든 것을 다 버릴 각오로 그 일을 자청했다.

“첨지중추원사 이예는 지난날 공로도 적지 않는데, 지금 다시 그 말을 들으니 그 충정이 참으로 가상하도다.”

임금은 감동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예조에선 하루 빨리 사행의 종사관을 선발하도록 하라. 그리고 첨지중추원사 이예에게는 의복 일곱 벌과 사모(紗帽)를 내려 그의 가상한 뜻을 위로토록 하라.”

7월 17일 대마도 체찰사 이예가 한성을 떠났다. 조정에선 군사적 지략이 있는 사람을 부사로 선발해 이예와 동행하게 했는데 군기감정으로 있는 모순(牟恂)이었다.

대마도 부중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도주 소 사다모리(종정성)는 섬의 인민이 상국에 폐해를 끼친 것을 사죄한다며 북향 사배까지 하고 자리에 좌정했지만 정청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불과 며칠 전 아시카가 요시까와(足利義勝) 장군이 갑자기 숨을 거두었습니다. 즉위 3년이 채 안 되어 변고가 생겼고 그의 친동생인 여덟 살 먹은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가 그 후임으로 선출되었으나 아직 관례를 올리지 않아 정식으로 즉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 사다모리는 교토의 비보를 전하는 것으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요시노리의 후실로 어린 요시마사의 친모인 히노 시게꼬(日野重子)가 관령의 도움을 받아 중신회의를 주재하는 등 숙로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토의 소식도 슬픈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적들을 잡아들이는 일이지 않은가?”

이예가 노기 띤 얼굴로 소 사다모리를 쳐다보았다.

“알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다면 왜 아직 잡아들이지 않고 있는가?”

“본도의 사람이 상국(조선)에서 노략질한 것은 소인도 알지 못하였다가 통사 윤인소와 연시라가 와서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해 본 결과 본도의 배 한 척과 이키시마의 배 한 척이었습니다.”

슈고 사다모리는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이예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족하가 지금가지 파악하고 있는 사건의 전부란 말인가?”

“지난 4월 본도의 배 두 척과, 이키시마의 배 두 척, 상송포 배 한 척 이렇게 다섯 척이 무리를 지어 명나라 사읍부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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