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거기서 도둑질하다가 격퇴당해 돌아오는 길에 상국의 변경에 이르러 도적질을 할 것을 의논을 하던 중 본도의 사야몬이란 자는 은덕을 입은 조선에 털끝만큼이라도 약탈할 수 없다고 돌아왔습니다만, 본도의 사응포에 사는 시라사야몬(時羅沙也文)와 돈사야몬(頓沙也文)이 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선박은 누구의 것이었단 말인가?”

“한 척은 시라사야몬(時羅沙也文)의 것이고 다른 한 척은 이키시마의 모도리에 사는 돈사야몬(頓沙也文)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배꾼들은 어디에서 동원하였는가?”

이예는 마치 죄인을 심문하듯 하나하나를 파고들었다.

“시라사야문의 배에 탔던 배꾼들은 이곳 대마도에 사는 서른 한 명과 육지에 흩어져 사는 서른여 명이옵니다. 돈사야몬의 배에 타고 함께 노략질을 한 것은 미호라꼬라(三甫羅古羅)란 자이고 그 배꾼들은 이미 흩어져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이 끌고 온 우리 백성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키시마의 도적들이 데려가서 지금 여기엔 없습니다. 사람을 보내어 이키시마 도주에게 연락하여 돌려보내기를 청하였사오니 며칠을 기다려 주십시오.”

”사건이 그렇게 되었다면 먼저 족하가 직접 나서서 우리의 피로인을 구해 와서 보호하고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송구하옵니다.”

“송구하다고 될 일인가. 지금 당장 휘하 병사를 풀어 피로인을 데려오라. 털끝 하나라도 다침이 없이 모두를 당장 데려오라.”

이예의 호통소리가 정청을 울렸다.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도주 사다모리가 고개를 숙였다.

“약탈자들도 지금 당장 수색하여 모두를 체포해 오라.”

“그러겠습니다만 도적들을 다 잡아오기는 어렵습니다.”

약탈에 참가한 무리 중에서 몇 사람만 잡아서 일을 마무리지으려고 생각했던 소 사다모리는 자신의 생각이 빗나간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다 잡아오라.”

이예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정청을 울렸다.

“츠츠우라(豆豆浦) 쪽의 반발이 심상치 않습니다.”

“소 시게나오(宗茂直) 쪽 말인가? 츠츠우라의 시게나오가 우리 조정의 은덕을 무수히 입었으면서도 어떻게 죄인들의 색출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비호하려 든단 말인가?”

“사실은 그러합니다만……”

사다모리는 말끝을 흐렸다.

“강탈해온 물건들은 어떻게 하였는가?”

이예가 다시 물었다.

“재물은 지금 조사하여 몰수 중에 있사옵니다.”

“모든 것을 찾아 원형대로 가져오라.”

약탈자를 수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부중에서 그들을 수색한다는 말을 듣고 멀리 달아나 버렸거나 산 속에 숨어버린 자도 있었다. 처음에 도주 소 사다모리가 모두를 잡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저항을 불러들인 꼴이 되었다. 츠츠우라에 거주하는 자들의 반항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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