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충호 그림 이상열

통신사가 일행을 먼저 귀국시킨 뒤 이예는 아직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부분을 타결하기 위해 거의 날마다 사다모리와 협상을 이어 나갔다.

“경상도의 삼포에 항거하는 왜인의 수는 종전과 같도록 하되 도주에겐 매년 200석씩 세사미두를 내리도록 하겠다.”

“정약하시는 것입니까?”

세사미로 인해 도주 사다모리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약하지 않을 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주에게 주어지는 세견선의 수가 50척으론 극히 부족합니다. 그 수를 늘려 주십시오.” “수를 더 늘린다면 종전의 경우와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수를 늘리는 대신 부중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시에는 별도로 세견선을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

“특송선을 말하는 것입니까?”

도주 사다모리가 반문했다.

“그렇다.”

“말씀하신 특송선의 경우도 정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않겠나.”

“이 밖에 각 지방의 제후가 사송선을 보내야 할 경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도주의 문인을 받아와야만 접대토록 하겠다.”

이예의 말에 사다모리의 안색이 다시 밝아졌다.

“정약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참 만에 사다모리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세견선은 1년에 50척으로 한정하고 도주에게 세사미두 200석으로 하며 특별한 경우에 특송선을 보낼 수 있게 하였다. 삼포에 거주하는 왜인의 수는 각 포소마다 60명씩으로 하고 도항하는 선원 수는 대선 40명, 중선 30명, 소선 20명으로 하였다. 삼포에 머무르는 일수는 20일로 하되, 상경한 자의 배를 지키는 간수인은 50일로 하고 이들에게도 식량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고초도에서 고기잡이에 관한 것은 종전과 같이 거제도 지세포에 와서 문인을 교체받은 뒤 조어를 하고 어세를 내도록 하였다. 이른바 계해약조였다.

도주 소 사다모리는 모든 사안을 받아들였다. 이예가 대마도에 건너온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끌어왔던 사안의 협상이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협상이 끝난 시간은 거의 저녁 무렵이었다.

“대인을 따라 상국에 나가기를 원하는 서성이란 자가 있사옵니다.”

협상이 다 끝난 후 사다모리는 서성(徐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죄인들과 함께 데려가는 덴 무리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겠는가?”

“적절한 방법이 없습니다.”

도주의 말을 듣고 이예는 한참을 망설였다. 체포한 왜적과 함께 서승이란 자를 데려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섬사람들이 납치해온 대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도주의 말을 거절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예는 대마도를 떠났다. 슈고 소 사다모리는 아홉 명의 호위병을 정해 한성까지 죄인들의 압송을 돕게 했다. 호위를 책임맡은 츠에 지로(진강차랑)가 무장을 한 채 말을 타고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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