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지는 않지만 역사가 서려있는 산
언양읍성·화장굴 등 유적에 이야기 입혀
도시인 감성 자극하는 관광명소 개발을

▲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경영정보학 박사

화장산은 언양읍의 서북쪽에 위치한 해발 285m의 야산이다. 영남알프스의 1000m를 넘는 영축산, 신불산, 가지산 등 잘 알려진 고산준령에 비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방문객을 홀딱 반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동남 자락의 평지에 위치한 언양읍성은 고려 말인 1390년에 토성으로 축성되었다가 조선 연산군 때인 1500년에 지금과 같은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동쪽 기슭에 위치한 송대리에서 오영수 길을 따라가면 울산 출생의 대표적 소설가인 오영수의 묘가 나온다. 금년 8월이면 ‘오영수 문학관’이 송대리에 개관하게 된다.

그곳에서 능골로 가다 보면 김취려 장군의 태지유허비를 거쳐 능선에 있는 묘소에 이르게 된다. 그는 13세기 거란의 대군이 고려를 침공하였을 때 박달재 전투에서 대승하였던 명장으로 고려의 최고관직에 까지 올랐다. 정상으로 올라가면 세이지(洗耳池)라고도 부르는 천지(天池)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중국 요임금 시절의 소부와 허유의 전설에서 기원하는 세이지라는 이름이 왜 붙여졌는 지는 모르지만 야산의 정상에 이같이 물이 마르지 않는 저수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정상의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화장산의 이름이 유래한 화장굴에 이른다. 이 곳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애절한 오누이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밑으로 내려오면 언양성당이 있는데 1932년에 준공되었다. 동남권에서는 유일한 석조 고딕양식의 성당이라고 한다. 이 부근에는 언양 지석묘와 향산리 지석묘가 있다. 또한 화장산 남쪽 기슭에서 생산되는 ‘복순도가’ 막걸리는 지난 해 3월 열린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의 공식건배주로 선정되었다. 금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에서도 다시 건배주로 선정되어 최고의 막걸리라는 명성을 굳혀가고 있다.

저성장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창조경제의 요체는 신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하는 것인데, 3차산업 특히 관광산업은 개인기업 및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언양읍성, 오영수 묘, 김취려 묘, 세이지, 화장굴, 언양성당, 지석묘, 복순도가 등을 개별적으로 보면 전국 수준의 관광자원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을 서로 연관 지어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 뛰어난 관광지원이 된다. 언양읍성의 역사와 의의, 50-70년대의 한국문학사, 13세기경의 고려와 한반도 주변 역사, 소부와 허유 전설, 애절한 오누이 전설, 천주교 전래 당시의 한국 역사, 지석묘를 통해 본 청동기 역사, 그리고 한국의 대표 브랜드가 된 지역의 수제 막걸리 등 매력적인 이야깃거리가 충분하다. 미국의 Krispy Kreme Donuts에서 도넛의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 많은 호응을 받는 사례처럼, 막걸리의 제조공정을 직접 보면서 시음할 수 있게 하면 이 또한 새로운 서비스가 될 것이다. 여기에 화장산을 지나가는 영남 알프스 둘레길 제2코스와 근자에 논의중인 언양 남천의 너럭바위를 복원하여 걷기, 휴식처 그리고 언양불고기로 대표되는 먹거리를 추가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독일의 명품자동차인 BMW의 종래 슬로건은 ‘최고의 운전하는 기계’(Ultimate driving machine)로서 자동차의 완벽한 기술적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상의 운전하는 재미’(Sheer Driving pleasure)로 대체되고 있다. 즉 운전자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하여 차별화를 시도한다. 종래의 관광은 주로 자연경관을 보거나 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등 객관적 실체에 기초한다. 이제는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관광, 도시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 관광과 같이 개인적 경험과 가치추가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을 통해 느끼고 즐기는 감성 관광이 필요하다.

지역리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체험학습장으로 화장산을 거론하였더니 담당자들과 수강생들 대부분이 반대하였다. 버스 타고 멀리 갔다 와야지 맨날 보는 동네 뒷산에 뭣 하러 가느냐는 것이 주된 반론이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그 동안에 간과되고 과소평가 하였던 것들을 차근 차근 설명하였더니 설득이 되었다. 인근의 반구대 암각화 및 천전리 각석, 영남알프스, 그리고 장차 개발될 케이블카 같은 관광자원과 등억온천의 숙박시설을 연계하면 KTX로 편리해진 접근성에 더해져 전국적인 종합관광명소로 개발하기에 손색이 없겠다.

임진혁 UNIST 테크노경영학부 교수 경영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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