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평생능력개발 참여율 높이고
현장기술·경험 우대…일터를 배움터로
일자리 영웅의 성공담 본보기로 알려야

▲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기업 도시인 울산의 ‘울산박물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울산 출신 숙련기술의 대가인 대한민국 명장들의 소속, 분야, 이름이 적힌 황금색 명패가 2층 교육홀 벽면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인재의 중요성을 알아보는 울산시민의 안목에 힘입어 필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중 박맹우 시장과 함께 2012년 1월29일 전국 최초로 ‘명장의 전당’ 제막을 추진한 결과이다.

올해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기능올림픽에서 한국의 입상자 41명중 무려 7명이 울산의 젊은 기능인들로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원현우(21·현대중공업) 선수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1027명의 선수 중 100점 만점에 퍼펙트에 가까운 98.94점을 받아 대회 사상 최고 득점을 기록한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금 12개, 은 5개, 동 6개, 우수상 14개로 참가한 전 직종에서 수상함으로써 2007년 대회부터 4회 연속 종합우승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강국으로 유명한 스위스, 대만, 일본 등을 물리치고 지금까지 최다 회수(통산 18회)로 세계를 제패하였다. 이처럼 뛰어난 기량을 쌓느라 남모르게 피땀 흘리며 노력한 선수와 이들을 뒷받침한 관계자에게 축하와 감사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기능올림픽은 근대화 이후 한국이 세계를 제패한 첫 대회였을 뿐만 아니라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 경제의 기반을 쌓은 핵심 기제로 작용해 왔다. 그래서 2011년부터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상금도 체육올림픽과 똑같게 672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훈장을 수여하며, 관련 분야에 계속 종사하면 매년 1200만원씩 연금을 평생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 기능올림픽으로 보면 세계 정상이지만, 기능 선진국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 근로자의 평생 능력개발에 참여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한 것을 OECD 평균(28.3%)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생활체육의 활성화로 국민건강 증진이 향상되듯, 소수의 선수 중심으로 기량 향상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수 근로자의 평생 숙련기술 장려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무엇을 제대로 가르치며 배웠는지를 제시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하여 학교의 이론 위주 직업교육에서 탈피하여 산업현장을 바탕으로 현장 숙련기술인을 스승으로 삼아, 일터를 배움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셋째, 산업현장의 경험과 자격이 학력과 스펙보다 우대 받는 능력중심의 사회 풍토가 자리 잡히도록 사회 전체가 중지를 모아가야 한다.

넷째, 대한민국 명장이나 기능 올림픽 입상자 등 성공한 숙련기술인을 산업현장 교수단으로 위촉하는 등 숙련기술 전수를 잘하게 하는 일도 더욱 매진해야 한다.

한편 작금의 청년 취업애로 상황은 대부분의 나라가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의 선심성 입법으로 일정 비율을 할당하여 채용하게 한다고 해서 풀릴 사안이 아님은 벨기에의 로제타플랜처럼 이미 시행 착오한 사례들이 말해주고 있다. 반면 독일이 중등교육단계에서 산업현장 위주의 실무교육 제도 운영으로 오늘날 고용강국이 되는데 크게 이바지 한 것처럼 ‘21세기의 국제 화폐’라 할 수 있는 ‘숙련 기술’을 사다리 삼아 딛고 올라설 수 있는 열린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그 해답이다.

나라 잃은 식민지 시절의 애국자는 독립 운동가였다. 그러나 일자리 위기의 시대인 지금은 숙련기술의 대가와 같은 ‘일자리 영웅’이야말로 최고의 애국자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같은 일자리 영웅들의 성공 스토리를 ‘명장의 전당’에 전시도 하고 나아가서는 출신동네 어귀나 직장 주변 등 전국 곳곳에 흉상과 같은 기념물을 만들어 세워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루 보고 배우며 따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국민적 자부심은 물론 관광명소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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