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자국에 충성을 다 할 의무 있어
‘표현의 자유’로 포장한 안보 위협 행위
엄격한 잣대로 다스려 나라기강 세워야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국가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석기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의문이다. 기업이 목표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계약체인 것처럼 국가 역시 일종의 계약체이다. 시민은 국가와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계약을 맺는 관계에 있다. 국가가 안보를 포함해서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는 대신에 개인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 및 경제 체제에 동의 혹은 충성을 바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권리와 의무를 주고 받는 것이 국가와 시민의 관계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체제에 동의할 수 없다면 누구든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떠날 수 있다. 더욱이 시민들 가운데서도 공직에 취임한 자라면 더욱 엄격한 자격이 요구된다. 그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 및 경제 체제에 동의하는 자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반국가 활동은 보통 시민의 활동에 비해 엄격한 제재가 주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의식이 참으로 희박하다. 반국가를 반정권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반국가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 실정이다. 물론 시민들이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고 단체 행동을 통해서 자신이 의견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국가의 구성원들이 합의한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 사회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반국가 사범을 엄격하게 대한다. 그들은 국가가 사회계약론에 입각해서 구성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권리가 있다면 반드시 의무가 따라야 하고 의무 가운데서도 으뜸을 정치 체제에 대한 충성을 든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제공하는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면서도 반국가 활동을 하는 것이 어떻게 허용될 수 있는가? 공당을 구성해서 수십, 수백억원의 국가 보조금으로 받으면서 반국가 활동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남북한의 대치 국면은 계속되고 있다. 비대칭 전력 면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종전 이후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북한은 한시도 남한 적화에 대한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대치 국면에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반국가 사범에 대해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안보와 관련해서 우리가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잦다. 북한을 움직이는 수뇌부들은 결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것은 그들에게 사는 목적이기 때문이며, 자신들이 이를 포기하는 순간 자신들의 운명 또한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늘 유화주의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적대 세력에 대해 낭만적인 견해를 갖기 쉽다. 우리가 선의로 그들을 대하면 그들 역시 우리의 노력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정상인들 사이에 가능한 관계이지 정상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남북한 사이에는 정상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안보의 취약성은 일거에 시민들의 삶을 뒤엎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대 세력에 대해 유화적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민간인 출신이 정보원의 수장을 맡았다면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공론화 시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법의 지배를 위협하는 세력이다. 반국가 사범에 대해 우리 사회는 좀더 엄격한 원칙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억압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예외 없는 법적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과 내통하는 반국가 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이 있어야 한다. 국정원의 발표 이후 이석기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들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우습게 여기는가?”라는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라의 기강을 세워야 할 때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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