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밀레의 ‘만종’

▲ <만종> 캔버스위 유채, 55.5×66cm, 1859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

세계의 많은 그림들 중에 유독 세계적인 명작이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결코 우연만이 아니기에 많은 이론가들이 연구를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몇 가지의 사례를 꼽지만 크게 보면 새로운 조형질서를 창조한 작품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작품, 그리고 스토리를 통한 대중적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크게 꼽는다.

조형질서란 새로운 작품의 양식을 일컫는 말인데 완전히 새로운 양식과 전통적인 양식의 새로운 조형질서로의 승화로 나눈다. 미술사에서는 일반적으로 후자의 것이 대부분이다. 고흐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마티스와 야수파, 아프리카의 조형성을 승화시킨 피카소와 입체파 등이 된다. 전자에 속하는 완전히 생소한 새로운 양식이 명화로 인정받기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미술사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이다.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을 명작으로 남긴 대표적인 작품이 뒤샹의 ‘샘’이다. 붓과 물감으로 사물을 그리거나 마음을 표현하는 창작행위로만 알았던 미술작품이 전혀 색다르게 상점에서 파는 소변기도 작품이 된다는 내용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존케이지의 ‘4분 33초’의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연주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지만 존케이지는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 앉아만 있다가 퇴장을 한다. 뒤이은 관중의 야유와 함성이 곧 음악이라는 전위적 개념을 통해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통한 명화의 탄생은 작가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태도이다. 누구나 봐도 감동을 주며, 언제나 봐도 감동을 주는 내용이 된다. 이러한 명화는 대부분 전형성을 갖고 있다. 클림트의 ‘키스’라는 작품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흐의 ‘해바라기’등은 모두 이런 유형의 그림이다. 곧 지극한 형상이라 할 수 있겠다. 키스의 지극한 형상, 예수의 지극한 형상, 꽃의 지극한 형상이라는 말이다. 지극한 형상은 언제 어디서나 누가 봐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가진다. 베토벤의 음악이 시대와 지역을 넘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곽영화 화가·미학아티스트

오늘의 예시작인 밀레(Jean-Francois Millet, 1814~1875)의 ‘만종’이라는 작품도 또한 ‘지극한 인간의 모습’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하루의 고된 노동과 삶에 대한 감사를 기도로서 신께 전하는 형상이다. 건실하게 노동하고 진실하게 사는 인간의 지극한 전형적 형상이 인간의 참모습이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밀레의 ‘만종’을 처음 만나는 인연은 묘하게도 70년대와 80년대에 이발관에서이다. 그림은 ‘가화만사성’이라는 돼지가족의 그림과 항상 짝으로 진열되어 우리의 눈을 본의 아니게 호사스럽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느닷없이 진솔한 삶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그림이기도 하다. 이름 모를 서양작가의 작품이 낯선 한국의 대중에게 미치는 회화가 가진 전형의 영향인 셈이다.

그러나 명화란 결코 쉽게 창작되지 않는다. 사회문화적 토양과 자양분을 끊임없이 제공받아 성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명화는 결코 개인의 천재적인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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