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케이블로 데이터가 무한질주하고
정보를 눈앞에 불러내는 콘텍트렌즈까지
다른 사람의 생각 읽는 시대도 머지 않아

▲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초빙교수 전 울산과학대 총장

1965년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무어(Gordon E Moore)는 ‘무어의 법칙’을 통하여 ‘컴퓨터의 계산능력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하였다. 그 후 실제로 컴퓨터는 ‘무어의 법칙’대로 발전하여 왔으므로, 컴퓨터업체에서는 연구 개발의 장기 목표설정에 이를 지표로 활용하여왔다. 컴퓨터의 계산능력의 향상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컴퓨터 칩이 내장된 스마트폰 등과 같은 기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어의 법칙’을 2050년까지 계속 적용시키면 컴퓨터의 연산능력은 특이점을 지나, 인류의 집단지성을 초월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인간은 마이크로 칩을 이식받아, 인간의 능력을 컴퓨터로부터 다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기술은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며, 2020년 이후부터는 광컴퓨터, 양자컴퓨터 등의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어의 법칙’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통신시스템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료의 전송능력은 전송데이터의 수용능력인 대역폭이 늘어나면 증가한다. 길더(George Gilder, 미국, Telecosm 저자)는 ‘대역폭은 12개월마다 컴퓨터 연산능력의 3배 정도로 빨리 늘어난다’고 하는 ‘길더의 법칙’을 주창하였다. 오늘날 단일 가닥의 통신 케이블을 통하여, 1초 동안 전 세계에서 주고받는 정보의 양은 1997년 전 세계 인터넷에서 전송된 한 달 치의 정보량보다 많다. 매일 인터넷을 통해 발생되는 데이터는 2011년 1조9000억 바이트에서 2020년에는 35조 바이트에 이를 전망이다. 바야흐로 데이터가 무한 질주하는 빅 데이터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컴퓨터 칩과 모바일 통신망 모듈이 내장된 개인용 컴퓨터, 태블릿 컴퓨터, 초소형 휴대기기, 디지털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음악과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 칩은 전화기를 휴대폰으로, 휴대폰을 디지털 카메라로, 축음기를 아이팟으로 변모시키는가 하면 비행기를 치명적인 무기로 변신시키기도 한다.

컴퓨터 칩이 내장된 콘택트렌즈는 인터넷과 결합하여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형상을 인식하고, 3차원 영상과 목소리를 재현하며, 외국어를 동시통역하여 눈앞에 비치는 화면에 띄워서, 원거리 국제 화상회의를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필요한 정보를 바로 눈앞에 불러와 볼 수 있으므로 학교 교육 방식은 대대적인 혁신을 겪게 된다. 머지않아 암기력보다 논리적 사고력이, 아는 것보다 할 줄 아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 교육의 주가 될 것이다.

접을 수 있는 전자종이로 만든 벽지 스크린은 그림, 가구들과 함께 인터넷에 연결되어, 가족이나 데이트 상대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FMRI)는 두뇌 안에서 생각이 움직이는 과정을 0.1mm 단위로 추적하여, 두뇌가 생각할 때 나타나는 에너지의 흐름을 3차원 영상으로 재현한다. 이를 이용한 생각사전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생체피드백은 심장의 박동 수, 호흡, 혈압, 뇌파 등과 같은 인간의 자율적 신체기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생체피드백으로 뇌파의 패턴을 조절함으로써,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물건 속에 심어 둔 칩에 영향을 미쳐,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고,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이메일을 읽게 할 수 있다.

컴퓨터 칩이 변모시키는 미래사회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향후 20년간 약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부상한다. 채팅, 온라인 게임, 사이버 쇼핑몰, 가상교육, 가상오피스 등이 주도하는 가상현실의 세계는 실세계와 융합되어, 상상력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모든 사물에 스며든 컴퓨터 칩이 만들어 가는 사회는 빠른 속도의 사회, 가벼운 몸집의 사회, 개방적이고 사물과도 소통이 되는 사회, 그리고 창조적 파괴의 사회이다.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초빙교수 전 울산과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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