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 경사 사연 뒤늦게 알려져 ‘훈훈’

40대 정신지체장애 아들과 힘들게 살고 있는 70대 노모에

거의 매일 말벗·집수리 봉사

울산의 한 경찰이 생면부지의 모자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베풀고 있어 미담이 되고 있다.

울산 동부경찰서 강동파출소 소속 전성현(사진) 경사는 지난 5월부터 강동에 사는 박모(여·75) 할머니와 그의 아들 최모(48·정신지체 3급)씨를 아들 못지 않게 보살피고 있다.

박씨 할머니 모자는 애초에 부산에서 살았으나 장애가 있는 아들이 주변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계속하자 한 곳에 오래 살지 못하고 30여곳을 전전했다.

그러다 2년전 북구 강동동으로 이사해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둘에게 나오는 정부보조금 54만원으로 힘겹게 살고 있었다. 전 경사가 이 모자의 사연을 알게 된 것은 지난 5월.

당시 박씨 할머니 이웃에 사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다가 박씨 할머니와 아들의 사연을 듣게된 전 경사는 멀리 떨어진 고향에 있는 모친이 떠올라 박씨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박씨 할머니는 낯선 경찰의 손길이 불편했는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전 경사가 근무날이면 거의 매일 우유 등을 들고 박씨 할머니 집을 찾아가 말벗이 되면서 차츰 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후 전 경사는 박씨 할머니 집을 방문할 때 마다 낡은 방문이나 고장난 수도, 재래식 화장실 수리 등을 자비로 고쳐주기도 하고, 먹을 수 조차 없는 쉰 김치를 보고서는 아내에게 부탁해 김치를 건네다 주면서 박씨 할머니의 경찰 아들이 되었다.

이같은 전 경사의 선행은 동료 직원들이 알아챌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이에 전 경사의 상관인 전헌두 강동파출소장은 지난 15일 전 경사의 선행을 경찰 내부망에 소개했고, 동료 경찰들은 전 경사의 선행에 칭찬 댓글로 그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전성현 경사는 “큰 일도 아니고 경찰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부끄럽다”며 “처음에 대면조차 싫어하던 할머니가 이제는 마치 자신의 아들이나 손자를 대하듯이 반갑게 맞아줘 오히려 먼 곳의 어머니를 떠올리곤 한다”고 전했다.

김준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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