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파시스트 세력 비난...20세기 상징하는 회화적 기록

▲ ‘게르니카’ 캔버스에 유채, 349x776cm, 1937년작, 스페인 소피아국립미술관 소장.

20세기에 제작된 많은 명작들 중에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작품으로 ‘아비뇽의 처녀들’과 ‘게르니카’를 꼽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게르니카’를 표현방식과 내용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여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대가의 대표작품이 곧 ‘게르니카’인 셈이다.

피카소는 50대 중반인 1937년, 게르니카를 제작하기 이전에 프랑스 만국박람회에 스페인의 대표작가로 초청을 받아 작품을 출품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조국 스페인에 파시스트세력과 나치의 공모에 의해 학살당하는 무고한 시민의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피카소는 2개월의 짧은 기간에 거대한 크기의 작품을 완성하여 세계적인 박람행사에 이 작품을 전시하였다. 임박한 박람회에 게르니카를 전시하기 위한 다양한 스케치와 치밀한 구상노트의 유물은 당시의 긴박했던 그의 심정을 잘 알게 한다.

피카소는 이 그림을 통해 스페인의 파시즘세력을 비난하고 그들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라 전해진다. 돌이켜보면 우리와는 멀게만 느껴지는 스페인의 학살사건을 학창시절의 미술교과서를 통해 시대가 흘러도 언제나 만나게 되니,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일의 나치와 스페인의 파시즘세력의 악행이 영원히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된 격이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북부지방의 작은 마을이름이다. 당시 스페인은 내전상황으로서 파시스트세력이 게르니카 마을이 있는 북부 바스크지방을 인종문제의 본보기로 삼아 독일의 나치와 협력하여 무자비한 학살을 하였다. 스페인의 파시스트세력을 지원하는 나치의 비행기가 마을을 무차별폭격하여 인구의 30%가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다. 피카소는 신문을 통해 접한 소식을 폭로와 기록을 목적으로 작품화하였다.

그림은 화면의 전체를 회색조로 마무리하여 학살의 잔혹함과 참상을 색채를 통해 표현하였다. 생명감과 생기를 드러내는 유채색을 모두 제거한 대가다운 표현방식이다. 또한 피카소 특유의 입체화풍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감성적 형식을 가진 20세기의 역사적 서사와 상징을 표현한 기록이 되기도 한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그림은 아이를 안고 고통으로 우는 여성들과 스페인을 상징하는 황소의 절망, 육체가 찢겨지고 영혼을 빼앗긴 사람들의 아우성이 가득하다. 신문기사를 오려 낸 표현은 사건화된 사실성과 긴박한 메타포를 더욱 드러낸다.

죽으면서도 한 손에 칼을 든 용사의 손에는 작은 꽃이 함께 쥐어져 있으며, 참혹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상징하는 촛불을 든 여성의 작은 손은 결코 놓아서는 안 될 의지가 느껴진다. 20세기의 거대한 혼돈을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오늘이지만 결코 지나간 과거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형상은 오늘날에도 우리와 세계가 겪는 당면한 문제이기도 한 까닭이다. 피카소가 단순하게 게르니카 마을의 슬픔만을 그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대가다운 그의 면모를 알게 하는 내용이다.

그림은 피카소의 요구에 의해 오랫동안 스페인에서 소장되지 못하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전전했는데, 이는 스페인이 오늘과 같은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작품을 조국에 유치할 수 없다는 피카소의 생각에 의한 것이라 전해진다. 그림은 피카소가 세상을 떠난 이후인 1981년에야 비로소 그의 뜻대로 스페인의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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