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노동 2092시간 ‘과로공화국’ 한국
업무성과 상응하는 임금체계 정착으로
노동생산성 향상 등 ‘1석5조’ 효과 내야

▲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92시간(2012년 기준)으로 가히 ‘과로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OECD 국가 평균인 1705시간과 비교할 때 연간 387시간 즉, 2.7개월 이상 긴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2011년 기준)은 미국의 46%, 일본의 66%에 그치는 등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이미, 오래 일할수록 업무의 효율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데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필자는 2011년부터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장시간 노동에 대하여 사상 첫 수시 근로감독 실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의 대폭 축소, 휴일을 포함한 연장근로의 제한을 위한 법 개정 추진 준비 등 쉼 없이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1주간의 법정 노동 시간(주 40+연장근로 12=주 52시간)에 수 십 년간 사각지대에 있었던 휴일 근로(최대 16시간)를 포함하고 합리적으로 근로시간 관리를 하기 위하여 2012년9월 국회에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한 근로기준법개정안을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기로 최근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한 바 있다.

사람은 일하는 ‘기계’도 아니고, 쓰고 버리는 ‘소모품’은 더욱 아니다. 기계도 하루에 몇 시간씩은 충전이 필요하듯 생명체인 인간은 수면을 비롯한 휴식이 필수다. 매일 오래 일하면 심근경색 발생 위험 증가로 건강을 위협하고 산재도 더 많이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등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의 인간화’ 과정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시장 수요 변화시 단기간엔 휴일을 포함하여 연장근로 시간을 늘려서 대처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업무량 증가에는 파견근로나 파트타임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인력을 추가하거나 교대조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 시대에 맞는 노동의 패러다임은 법정 노동시간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질적 노동 문화가 자리 잡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나 근로시간은 줄이면서 기존의 임금을 그대로 받으면 근로자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되지만, 기업은 비용이 늘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런 발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대하여는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니라 노사정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진솔하게 논의하면 보완책을 찾을 수 있다. 즉 근무시간 중 낭비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부서나 팀별 성과에 상응하는 임금 체계를 정착시키면 생산 물량과 품질, 임금과 노동의 품격 등을 연계하는 생산성의 고려로 노사가 윈-윈 할 수 있다. 또한 탄력적 근로 등 유연근로시간제의 활용을 높이고, 독일처럼 업무 수요가 많이 몰리는 성수기엔 초과근로 시간 분을 저축했다가 비수기엔 휴가를 가는 ‘근로시간저축 계좌제’를 노사 합의로 실시할 경우 위기를 맞아도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지속가능 경영을 꾀할 수 있다.

장시간노동 관행 개선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긴 안목으로 조속히 법을 개정하여 근로시간 단축의 목표시기를 정하되, 현실 여건을 감안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에 맞는 적절한 운영의 묘를 기할 수 있는 과도기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일수록 자신의 가족도 근로자로 일할 수 있도록 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므로 정부는 컨설팅과 내실 있는 맞춤형 지원을 잘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기업 가운데 성공적 개선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의 개선은 근로자, 기업, 구직자 모두가 ‘국민행복 시대’로 가는 지름길로서 생산성 향상, 산업재해 감소, 일과 가정의 양립, 능력 개발, 일자리 창출 등 1석5조의 효과가 있다. ‘스마트 워킹’은 창조경제에 맞게 경쟁력 있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변화의 길이 두려울 수 있지만 I’m possible(가능)과 Impossible(불가능)은 점 하나 차이인 것처럼, 생각하고 준비하기 나름일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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