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점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은 항상 활력 넘쳐
생활 속 고마운 일 발견하는 훈련부터

▲ 임진혁 유니스트교수·경영정보학 박사

11월의 네번째 목요일인 28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추석은 9월19일이였기에, 두 달이 약간 넘는 긴 시간적 차이가 있다. 추석은 음력으로 8월15일이므로 양력으로는 매년 달라진다. 추수감사절은 목요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개는 금요일과 주말을 포함하여 4일간 혹은 수요일부터 5일간 쉬게 된다. 추석은 음력으로 보름달이 뜨는 때이므로 영어로는 ‘Harvest Moon Day’라고 하며, 한국의 추석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경우는 ‘Korean Thanksgiving Day’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벼가 무르익어 본격적인 추수기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휴식기를 맞아 추석을 쇤다. 미국에서 필자는 추수감사절도 한국처럼 좀 따뜻한 시기에 하지 않고 왜 추운 때에 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곤 했다. 이는 추수감사절의 시초가 1660년에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첫 추수를 다음 해 11월말에야 겨우 마친 후에 신에게 감사예배를 드린 역사에 있기 때문이다. 16대 링컨 대통령이 1863년에 넷째 목요일을 국경일로 지정한 후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의 양대 명절이 되었다.

멀리 떠나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다는 것은 추석과 추수감사절이 비슷하다. 추석에는 조상의 묘소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통이지만, 추수감사절에는 가족이 한 곳에 모인다는 것이 중요하며 굳이 고향일 필요는 없다. 추석에는 송편을,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고기를 별미로 먹는다. 청교도들이 첫 추수감사절에서 야생 칠면조를 잡아먹은 전통 때문이다. 가슴부위의 살은 색깔이 흰색이므로 ‘흰 살 (White meat)’이라고 하고, 다리부분은 짙은 색이므로 ‘짙은 살 (Dark meat)’이라 부른다. 칠면조를 썰어서 개인별로 나누어 줄 때에 ‘흰 살’과 ‘짙은 살’ 중에 어느 것을 원하는지 물어보곤 한다. 칠면조는 닭고기에 비해 질기므로 평소 때는 가공식품 형태 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맛이 텁텁하므로 ‘그레이비(gravy)’라는 소스와 크랜베리(Cranberry)를 곁들여 먹는다.

추석에는 한 해의 농사에 대해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오는 전통이 있다. 미국에서는 목요일 저녁에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긴 후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이라고 불리는 다음날의 쇼핑을 즐긴다. 상인들은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평소보다 훨씬 이른 새벽부터 문을 열고 통 큰 할인판매를 시작한다. 추석과 추수감사절의 근본 취지는 감사에 있다. 즉 현실에 대해 불평 혹은 원망하는 대신에 현실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이다. 풍년이면 당연히 감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감사할 때에 진정한 감사의 효력이 발생한다.

‘삶이 팍팍한 요즘 감사할 일이 뭐 있겠는가?’라고 한다. 오히려 불평과 원망, 또는 분노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주위에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앵그리버드(Angry Bird)’라는 앱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이 같은 사회적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중2’와 ‘분노의 30대’라는 표현 등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감사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OECD가 발간한 ‘2013 삶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0으로 OECD 평균 6.62보다 낮았다. 삶의 만족도는 계속 하위를 맴돌고 있어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는 상당한 괴리가 계속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복지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에먼스와 맥컬로는 하루 1~2분 정도 투자해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밝혔다.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이며, 행복을 느끼고, 활력이 넘치며, 친절하고, 잠을 잘 자고, 건강하였다. 이 외에도 여러 심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이 같은 감사의 효과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류보머스키교수는 “행복의 50%는 유전, 10%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나머지 40%는 ‘연습’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감사연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고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그동안 간과했던 관계의 긍정적인 면들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여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임진혁 유니스트교수·경영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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