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대중미술

▲ 케테 콜비츠의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석판화, 1942년작.

작품의 제작경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곧 그림의 구심과 원심이라 할 수 있다. 구심이란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회화의 내부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미술의 고유한 조형성과 색채 등을 중심으로 한 작품경향들이다. 원심이란 ‘그림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회화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는 작품경향들이다.

전자는 오늘날의 개념미술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는 오늘날의 대중미술라 할 수 있다. 20세기 초,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엔디워홀과 현대미술가들의 다양한 활동으로 미술의 개념은 정립되었다. 때문에 오늘날의 미술은 후자인 원심을 활동의 중심내용으로 삼고 있으며, 작품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한 내용으로 삼는다. 팝아트가 오늘날의 미술경향의 중심으로 자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이 가진 대중적이고 사회적인 소통성은 고대의 라스코동굴벽화나 반구대 암각화의 암각화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지만 오늘날의 소통개념은 근대의 진보적인 미술활동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와 같은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콜비츠는 독일의 여류작가로서 1892년, 20대중반에 ‘직조공들’이라는 연극을 본 후의 충격으로 미술의 사회적 소통과 기능을 중요하게 여겨 작품제작을 시작하였다. 그것은 당시 독일의 비참한 노동의 현실과 삶의 고단함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내용을 에칭과 목판화, 석판화 등으로 제작하여 흑백의 명료한 색채와 간결하면서도 힘찬 선을 통한 표현주의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작품의 내용은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표현으로서 당시의 사회상을 매우 강열하게 고발하고 있으며, 당시의 대중과의 소통과 그들의 관심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콜비츠는 오늘날 독일 최고의 작가반열에 오르기도 하지만 지난 20세기에는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그림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는 당시의 모성애를 잘 보여준다. 전쟁의 잔혹함과 사회의 온갖 부조리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어머니의 의지가 강하고도 굵직한 선으로 간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들의 표정이 두려움의 시선으로 화면 밖을 바라보지만 어머니의 보호의지는 조금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작품행위에는 목적이 있다. 구제받을 길 없는 자들과 상담도 변호도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을 위해 한 가닥의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는 그녀의 말은 20세기의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인간적인 고뇌이자 대중과 끝없이 소통코자 했던 화가의 고뇌이기도 하였다.

상업적 성공과 인기작가 반열을 목적으로 삼는 오늘날의 팝아트 작가들의 작풍경향은 진정성 없는 대중성과 자기만족에 치우치기에 콜비츠를 통해 팝아트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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