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서 지속적으로 경쟁력 유지 못하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유연함 앞세워 핵심역량 빨리 끌어올려야

▲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세월이 가르쳐 주는 지혜라는 것이 있다. 이런 지혜는 책을 통해서 많이 배우기 보다는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우는 경우도 많다. 경험이 가르쳐주는 지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배우면 좋은데 이게 늘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주 잘 나가는 것처럼 스스로 느껴질 때 ‘이게 정상인가?’ 혹은 ‘이게 내 실력인가?’를 한번 정도 깊이 숙고해 볼 일이다. 타인이 ‘당신들 정말 잘 한다’거나 ‘정말 놀랍다’고 찬사를 내놓을 때는 심각하게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지나치다 할 정도로 엄격하게 점검해 볼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최근에 연말이면 만나는 한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가 자꾸 생각나기 때문이다.

한 지인이 해외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 학업을 마치고 난 다음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해 온 지가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유능한 엔지니어로 그동안 3~4번 정도 직장을 옮길 정도로 인기가 있는 사람이다. 그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외국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매수합병을 통해서 공장을 인수, 생산기지로 활용해 왔다고 한다. 또 몇해 전 꽤 비싼 가격으로 인수한 한국 공장의 생산 원가가 타국 수준에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자 손실을 감내하고 과감하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면서 “해가 갈수록 국내 엔지니어의 수준이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지원하는 사람들이 적고 근속을 하면서 차근차근 현장에서 일을 익히려는 사람들도 적습니다. 기본을 익힌 다음에 매뉴얼 작성 등과 같은 일이 세월이 가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노력들이 부족합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발생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고 털어놓았다.

특정인의 발언이라 전폭적인 신뢰를 보낼 수만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으로 일을 배워온 사람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었다. 특히 우리 제조 현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국과의 비교를 할 수 있는 입장이라 주의 깊게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분과 나눈 대화 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제조업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수 있는 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것이다. 내가 그 분에게 해 준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금융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만 한국의 금융기관이 미국 등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과 맞붙어서 당당하게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입니다. 제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결국 금융은 사람인데 경쟁력 있는 사람을 뽑아서 양성하고 그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면에 있어서 우리 기업들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고 봅니다. 규제 당국의 문제를 별도로 치더라도 말입니다.”

최근에 선을 보인 저명한 경영평론가 램 차란의 신간 <세계 경제축의 대이동>이란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경제 권력의 축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데 북위 31도를 기준으로 북반구 국가에서 남반구 국가로 빠른 속도로 힘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램 차란 자신이 한국과 일본은 북반구 국가에 속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집어서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핵심 역량에 바탕을 둔 성공 전략을 심각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전략보다는 10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기간마다 급격한 변신을 거듭하는 일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임을 지적하고 있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유연화’와 ‘유동화’라는 단어 두 가지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경쟁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좀 더 빠른 속도로 사회나 조직 그리고 개인이 핵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더 충실히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램 차란은 안으로부터 바깥을 바라보는 일의 위험을 지적한다. 대신에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 보기와 미래로부터 지금을 바라보기를 권하는데 우리는 자꾸 뒤를 되돌아 보고, 자꾸 앞만 바라보고 있지 않는 가라는 걱정이 앞섰다. 직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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