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의 좌충우돌을 보면서
올바른 행동 이끌 교육의 중요성 실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지적 기초 쌓아야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일본 아베 총리의 좌충우돌을 보면서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계획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수 의견이지만 나는 좀 다르게 보고 싶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서 내각이 바뀔 때마다 전범들이 잠들어 있는 신사참배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인으로 지목하고 싶은 것은 그가 받았던 교육이다. 일본 교육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주입식 교육에다 암기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받았던 교육에 정의나 선을 포함해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그러니 성인이 된 다음에도 자신들이 받았던 교육의 토대를 크게 벗어나 독자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직책이 높다고 해서 사고까지 평균 수준보다 높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 인식은 역사 교육 자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을 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도 크게 좌우된다. 20세기의 걸출한 사회 철학자였던 프리드리힉 폰 하이에크 교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바가 있다. 유럽 역사를 보면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한 사회가 친사회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심해지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든 바가 있다. 개방이나 경쟁을 통한 경제 문제의 해결보다는 통제와 명령을 통한 경제 문제의 해결을 우선으로 치는 공학적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사람들을 대학이 양산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배우는 교육은 받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할 만한 사고 훈련을 받을 수 없었다.

아베 총리의 흔들림을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현안 과제가 발생할 때마다 ‘괴담’이 유행한다. 선정적이고 허황된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선과 악을 대조시키는 일정한 프레임을 만든 다음에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하곤 한다. 근래에 철도 노조의 파업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올리려는 모든 종류의 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이유는 ‘민영화=악’ 혹은 ‘민영화=나라 재산을 팔아먹는 짓’과 같은 도식을 보통 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이 집어넣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이란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올바른 생각을 하는가 아니면 엉터리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행동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개인의 행동이란 것은 곧바로 개인에게 득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교정 가능성이 높다. 틀린 행동은 바로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회가 공유하는 다수의 생각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낳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개인의 선택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생각을 심는 노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다수의 시민들에게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여기에다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사실과 사례와 이론을 기초로 다수의 시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모든 정책의 성공은 그런 지적 기초 위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나라의 일을 맡은 사람들은 이런 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때문에 현안 과제가 생기면 허겁지겁 상처를 고치듯이 임시봉합에 열을 올린다. 국가에는 많은 연구기관들도 있고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방송 매체들도 있다. 국가의 긴 장래를 보고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들이 너무 미흡하다. 작은 조직을 이끌더라도 작전이 필요하지만 거대한 국가를 이끄는 것에는 더더욱 선한 의도를 가진 작전이란 것이 있어야 한다.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낳을 수 있는 설득에 필요한 조치들 말이다. 이따금 “우리에게 전략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 때마다 ‘그렇다’는 답을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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