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위한 슬픈 풍자화

▲ <삼등열차> 캔버스위 유화, 90×66cm, 1862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그림을 그리는 대부분의 화가들은 세상의 궁극적인 본질에 관심이 많다. 일컫자면 사람이 사는 궁극적인 이유라든가 혹은 인체나 사물이 가진 궁극적인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다. 미술 혹은 작품이란 무엇일까라는 미술의 궁극적인 정체성과 개념에 관심을 갖기도 하며, 조형성과 색채, 또는 추상의 궁극적 아름다움을 찾기도 한다. 내용을 모두 하나로 묶는다면 작품을 통한 이상적인 궁극성, 혹은 본질에 관한 내용이 된다.

이러한 궁극적인 본질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현실적인 문제를 등한시하게 된다. 전쟁이나 가난, 혹은 과도하게 불안하고 부조리한 시대에는 궁극성이 반대급부로 더욱 왕성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 1808~1879)는 이러한 화가들의 특성과 반대로 격변의 시대 속에서 현실에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한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가 태어나고 살던 100여년 전의 프랑스는 매우 혼란한 시대였다. 왕정의 복고와 부패와 착취를 일삼는 정치인들, 보불전쟁과 7월·2월 혁명, 파리코뮌 등이 끝없이 일어나는 격동과 혼란의 시대이다. 불안과 부조리가 극단적으로 치닫던 당시의 사회는 ‘참되고 진실한 삶’을 망각하고 탐욕과 위선으로 점철되었다. 도미에는 이러한 시대 속에서 그림을 통해 진실을 대중에게 보여준 용기 있는 작가이자 웃음을 잃어버린 사회에 즐거움을 선사한 작가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마당극이나 TV코미디에서 느끼듯, 속으로는 울분을 가지면서도 겉으로는 웃는 통찰과 직관의 해학이었다.

그는 주로 당시 사회를 석판화를 만화형식으로 제작하여 작품을 하였다. 그의 작품은 가난한 국민이 낸 세금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국왕과 지배계급, 국왕이 먹고 남은 쓰레기를 서로 먹으려는 정치인들, 불평등한 경제와 이권을 위한 야합 등을 묘사하여 6개월간의 감옥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그의 이러한 신랄한 사회비판 작품은 신문과 잡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해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그는 단번에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올라 시민들의 울분을 풀어주는 사회적 명망가가 되었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그의 대표작으로 예시된 작품 ‘삼등열차’는 석양에 기차를 타고 가는 당시의 시민을 묘사한 작품이다. 어두운 기차의 실내에는 늙은 노파와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아낙, 졸고 있는 아이가 등장한다. 모두 한 가족이다. 배경에는 무기력한 시민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가족을 비롯한 열차안의 풍경은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퇴근하는 시민들이지만 서로간의 대화나 웃음도 없이 그저 달리는 기차에 지친 몸을 실어 집으로 가는 모습이다. 그림의 중심에 있는 노파는 지그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기도의 내용이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직감을 한다. 도미에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그림이다. 그는 이 그림을 3점을 그렸지만 수작으로 꼽히는 그림이다. 죽기 1년 전에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으며 말년에는 시력이 나빠 고통을 받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미켈란젤로의 창의력에 비견되기도 하며 그가 남긴 수많은 유작은 당시의 프랑스사회를 알리는 중요한 사전역할을 한다.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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